FT "KAI 미 훈련기 수주실패로 한국 방산업계 혼란"

한국의 핵심 방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유망산업 가운데 하나인 항공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미 공군이 92억 달러(약 10조 원)에 차기 고등훈련기(T-X) 351대를 보잉사로부터 구매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인 KAI의 주가가 28%나 폭락했다고 FT는 전했다.
여기에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엔진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시스템 공급업체 LIG넥스원의 주가도 각각 12%, 8% 하락했다고 전했다.

FT는 한국의 방산업계가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 정세불안과 한국의 특산품격인 야포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황기를 맞고 있다면서 한국의 군수수출은 현대성과 신뢰성, 그리고 높은 가성비로 인해 지난 10년간 동남아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10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FT는 미국과의 계약은 이러한 평판을 유지하고 선진국에 첨단 군사장비의 수출을 늘릴 좋은 기회였다면서 이번 수주실패는 KAI의 장래에 긴 그늘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FT는 여기에 KAI가 근래 가격 조작과 회계부정 등으로 경영진이 조사를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KAI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낸 마이클 코언에게 현지 회계기준에 대한 자문료 명목으로 15만 달러(약 1억6천만 원)를 지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국내 정치에 휘말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KAI로서는 미 훈련기 수주가 수익성 있는 시장 확보에 핵심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전문가는 '(수주실패는) 커다란 실망'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계약은 단지 미국 프로젝트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에 대한 수출 잠재력에 관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한국 측은 특히 KAI가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기대를 모았으나 보잉 측이 163억 달러의 사업예정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92억 달러의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고배를 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KAI는 50년 된 미 공군의 낡은 T-38 훈련기를 교체하기 위해 T-50A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근래 최대의 미 국방부 계약을 따낸 보잉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군용제트기 공장의 장래와 미 공군의 차기 프로젝트를 겨냥, 이번 훈련기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보잉은 앞서 미 해군용 재급유 드론과 공군용 헬리콥터 등 두 차례 수주전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이번 훈련기 수주전이 경쟁력에 대한 핵심 시험대였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또 당초 사업예정 가격보다 너무 낮은 보잉의 입찰 가격을 고려할 때 수주에서 패배한 업체들이 이의(appeal)를 제기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