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옷' 갈아입는 중랑구… 차량기지·상봉역 일대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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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리포트중랑구는 오래된 동네다. 조선시대부터 동래 정씨, 의령 남씨 등 13개 성씨 문중이 한양도성 바로 근처에서 모여 살던 곳이다. 지금도 상당수 문중이 망우동과 면목동, 신내동에 남아 있다. 구리시에 인접한 양원역 인근 양원리에 18대에 걸쳐 형성된 동래 정씨 집성촌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집성촌이다.
'시간이 멈춘' 중랑이 바뀐다
GTX-B, 동서고속화철도 통과
상봉·망우역 재개발 '급물살'
복합터미널 조성 상업중심지로
상업·산업 낙후지 오명 탈피
면목동 등 정비사업도 활발
이전 예정인 신내 차량기지에
바이오 벤처산업단지 추진
연휴 기간 텅 비는 여느 서울시 자치구와 달리 오히려 붐비는 곳이 중랑구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 분리된 1963년, 중랑구 인구는 1만2619명에 불과했다. 1970~1980년대 개발을 통해 당시 20만여 명 수준까지 불어났다. 거주한 지 30~40년 된 정착민이 많다는 얘기다. 당시 정착한 사람들이 노년이 된 만큼 연휴가 되면 찾아오는 귀성객이 많다.기자가 추석 전날인 지난 23일에 찾아간 면목시장도 5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다. 면목시장은 이날 장을 보러 나온 귀성객들 때문에 발 딛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처가에 가려고 시장에 들렀다는 회사원 김영태 씨(51)는 “한과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며 “20년째 추석 전날이면 처가에 가기 전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망우동에 있는 유림시장도 추석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빠져나오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이들 시장을 둘러싼 중랑구 면목동과 망우동엔 1970~1980년대 다세대주택이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실내에선 옆집에서 식탁에 놓는 숟가락 소리가 들릴 정도다.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전체의 34%,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71%에 달한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도 27.6%다. 근처에는 대형마트나 상업용 건물 하나 없다. 그런 탓에 낮 시간 면목역이나 용마산역 방면 지하철 7호선이나 5호선은 한산하다.
7080 개발시대 이후 시간이 멈춰 있던 중랑구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체 면적의 5% 이상이 재개발·재건축 대상이다. 2020년대 초반이면 중랑구 한복판에 있는 상우·망우·중화역 역세권 정비가 전면 완료된다. 중랑구에서 유일한 산업단지도 조성된다. 지하철 6호선 연장에 따라 마련되는 신내차량기지 부지다.◆속도 내는 ‘상봉역 복합개발’
중랑구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조선시대에는 망우로와 용마산길이 교차하는 ‘주막거리’와 ‘망우리 고개’가 그 관문이었다. 지금은 남양주시, 구리시로 향하는 지하철 6호선과 경춘선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중랑구 한복판에 있는 상봉역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B노선과 경춘선에 이어지는 동서고속화철도(청량리~춘천~속초, 2024년 완공 예정)가 추가로 지나갈 계획이다.
상봉역 일대는 2000년대 후반부터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 대상이었다. 재정비촉진지구로 같은 시기 지정된 중화역 지구를 합하면 총 1㎢로 중랑구 전체 면적의 5% 정도다. 하지만 두 지구 모두 9년간 진척이 없었다.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가 반복된 탓에 개발 중단이 장기화됐고, 재건축 조합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도 심했다.상봉역 일대는 2009년 재정비촉진계획이 한 차례 고시된 이후 지난 11일에야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올 연말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고시되고 내년 8월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10년 만에 착공이 이뤄지는 셈이다. 2015년 결정고시 이후 3년을 끌어온 상봉터미널 복합개발사업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전체 면적의 51%가 비주거시설로 구성될 예정이다. 상봉시외버스터미널 개발사업에 망우역, 상봉역 재정비촉진지구를 연계하겠다는 게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구상이다. 류 구청장은 “망우역과 상봉역 사이 9만5867㎡(2만9000평) 부지에 20층 규모의 고층건물을 짓고 상봉터미널을 붙여 그 자리에서 환승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에는 청년주택, 신혼주택 등 주거기능, 상업·유통기능이 추가된다. 중화역 재정비촉진지구도 내년 5월께 주민 이주를 마치고, 연말부터 착공할 계획이다.
◆상업용지, 두 배로 늘린다류 구청장은 “중랑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서울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고, 상업용지 비율은 전체 면적의 1.9%에 불과해 서울 평균인 3.3%보다 현저히 낮다”며 “상업용지 비율을 적어도 서울시 평균 수준만큼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랑구의 숙원은 2014년부터 추진된 신내 차량기지 이전사업이다. 류 구청장은 “기업단지가 하나도 없는 중랑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는 신내 차량기지”라며 “거주지역으로 성장한 구리시와 남양주시가 지하철 6호선 연장을 원하는 만큼 차량기지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내 차량기지는 지하철 6호선 차량이 정비를 받는 종착지다. 지하철 6호선이 구리시까지 연장되면 차량기지가 신내역에 있을 필요가 없다. 신내 차량기지에는 중랑구의 경제 기반으로 바이오산업 위주의 벤처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중랑구는 서울시, 경기도, 국토교통부, 코레일, 구리시, 남양주시와 대체부지 마련, 이전 시기, 부지 활용방안 등을 놓고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 2014년 신내 차량기지 이전사업이 처음 검토될 당시 추정된 민자 사업비는 3700억원에 달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