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팀경기 패·패·패… '호랑이 氣'에 눌린 파트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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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대항전' 라이더컵‘골프황제’에게 환상의 짝꿍이란 없는 개념일까. 팀경기에 유독 약한 타이거 우즈(43·미국)의 징크스가 재연됐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2018 라이더컵에서다.
리드·디섐보와 호흡 맞췄지만 대패
"우즈의 강력한 아우라에 부담
젊은 선수들 샷·퍼팅 흔들려"
우즈는 지난 29일과 30일(한국시간) 치러진 이 대회 포볼·포섬 세 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첫날은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와 짝을 이뤄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조와 겨뤘지만 3홀 차로 졌다. 둘째날 포볼 경기에서도 리드와 다시 손잡고 몰리나리-플릿우드 조를 상대했다. 야심찬 복수전은 그러나 4홀 차 완패로 끝났다. 우즈는 이날 오후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로 파트너를 바꿔 명예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1, 2차전 패배보다 더 큰 5홀 차 패배를 당했다.◆어디 찰떡궁합 없소?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첫날 포볼에선 10번홀까지 2홀을 이기다 11, 12, 15, 16, 17번 등 5개 홀에서 내리 내줘 미국팀에 첫 패배를 안겼다. 둘째날엔 짝인 리드가 흔들렸다. 티샷이 좌우로 흩날려 깊은 러프와 해저드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린 공략이 어려웠고 파세이브에 급급했다. 리드는 샷 실수가 이어지자 욕설까지 내뱉어 팀 분위기를 흔들었다.
셋째날 포섬에선 디섐보의 퍼팅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우즈는 10번과 11번홀에서 5m, 3m짜리 퍼팅을 홀에 밀어넣어 5홀 차를 3홀 차로 좁혔다. 하지만 디섐보가 비교적 짧은 퍼팅을 실패하는 등 틈을 보이는 사이 몰리나리-플릿우드 조가 12, 14번홀 연속 버디로 밀고 들어오며 자신들의 4연승 랠리에 쐐기를 박았다.우즈는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그다지 잘 못했다는 느낌도 없었는데, 세 경기나 졌다. 화가 난다. 팀경기가 그래서 짜증난다”고 말했다.
우즈의 라이더컵 전적은 13승3무20패가 됐다. 팀경기만 놓고 보면 9승1무19패로 초라하다. 2010년 10월 제38회 라이더컵 싱글매치에서 몰리나리를 4홀 차로 마지막으로 이긴 뒤 8년간 무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 몰리나리에게 세 번이나 덜미가 잡혔다.
7회째 출전한 우즈는 첫 파트너인 마크 오메라(61)부터 디섐보(25)까지 14명과 팀경기에서 손을 맞췄다. 연장자와 짝이 됐을 때 성적이 안 좋았지만 올해 대회에서 처음으로 리드, 디섐보 등 두 ‘영건’과 호흡을 맞추면서 징크스를 깰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게다가 두 선수는 모두 우즈를 어린 시절 우상으로 섬겼던 ‘타이거 키즈’들이다. 우즈의 리드를 잘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감은 ‘역시나’로 바뀌고 말았다.◆‘역(逆)타이거 효과’에 부상설까지
원인을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게 ‘역(逆)타이거 효과’다. 우즈와 같은 편이 된 선수가 엄청난 부담을 안고 경기하는 탓에 오히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즈의 전 스윙 코치 부치 하먼은 “우즈 앞에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샷과 퍼팅을 흩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채널 해설자인 브랜들 챔블리(전 PGA 투어프로)는 “우즈의 강력한 아우라가 파트너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우즈도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진 못했다는 점에서 ‘부상이 다시 도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팬들 사이에서 나왔다. 대회 내내 어둡고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데다, 걸음걸이나 스윙 속도가 투어챔피언십 우승 때보다 훨씬 느렸기 때문이다. 미국팀 단장 짐 퓨릭은 그러나 “(부상이 도졌다는 건) 낭설일 뿐”이라며 “빡빡한 일정으로 피로감을 느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4개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연이어 뛰고는 곧바로 프랑스로 날아가 라이더컵에 출전했다.우즈가 징크스에 운 사이 몰리나리-플릿우드 조는 라이더컵 출전 유럽 선수 중 처음으로 4전 전승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플릿우드는 1979년 래리 넬슨(미국) 이후 라이더컵 데뷔 루키가 4연승을 잡아내는 대기록을 썼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