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알바' 혹했다가… 돈 떼이고 범죄자 전락

시간당 10만원 '사모님 알바'
수수료만 챙기고 '먹튀' 성행
보이스피싱 인출책 악용도

20대 남성 조모씨는 지난 8월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뜬 ‘단기 고수익 알바’ 광고를 보고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사가 제시한 아르바이트는 부유층 여성을 상대로 성접대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모님 조건만남’이었다. 상담사는 조씨에게 시간당 10만원이 넘는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솔깃한 조씨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소개료 15만원을 입금한 뒤 대기업에 다닌다는 40대 여성을 소개받아 채팅을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대화를 이어가려면 35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전산상 오류로 30만원이 필요하다”는 등 요구가 이어졌다. 환급을 요청하자 “추가로 20만원이 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하루 조씨가 뜯긴 돈만 100만원. 조씨는 “이후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삼아 수수료 등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2030세대가 이런 유형의 범죄에 취약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노출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데다 범죄 조직이 대부분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택배나 심부름 등 합법적인 알바를 가장해 보이스피싱 인출·전달책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6월 인터넷과 SNS 등에 게시된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보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일당 46명을 검거했다. 대학생 윤모씨(27)는 “최저임금 인상과 자영업 불황 등으로 알바 자리 하나 구하는 것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SNS를 통해 쏟아지는 고수익 알바 제안에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간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범죄형 ‘고수익 알바’를 근절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길거리 홍보나 카드뉴스·웹툰 제작 등으로 피해 사례를 알리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