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도 끌어내린 韓 경제 전망… 성장률·고용 美에 다 뒤집혔다

低성장 경고음 속출

성장 엔진 식어가는 한국

한국, 성장 속도 급격히 둔화
OECD, 올해 G20 경제 전망
한국 3.0%→2.7%로 대폭 낮춰
금융위기국 빼면 가장 큰폭 하향

美 고용마저 韓 추월
美 감세·규제완화 덕에 고속질주
올 3.1% 성장…금리도 추가 인상
구인난 속 8월 실업률 3.9%로↓
'고용참사' 겪는 한국과 대조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통화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다음으로 많이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경제전망’ 땐 한국이 올해 3.0%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9월 경제전망’에선 0.3%포인트나 떨어뜨린 2.7%로 예측했다.

반면 통상전쟁 심화에 따른 여파가 우려되는데도 미국(2.9%→2.9%) 일본(1.2%→1.2%) 중국(6.7%→6.7%)에 대해선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G20 국가들의 성장률 평균도 4.0%에서 3.9%로 소폭 낮췄을 뿐이다. 한국의 ‘경제체력’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경고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악화하는 한국의 경제체력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7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다. 하지만 OECD는 9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보다 훨씬 낮은 2.7%를 제시했다. 지난해 3.1%를 기록한 한국의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경제상황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OECD는 글로벌 무역전쟁,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5월 전망 때보다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양호한 고용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가 투자와 내수를 이끌고 있다며 기존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일본과 중국도 각각 기업투자 확대와 경기 부양책이 경기를 뒷받침하며 성장 속도가 당초 예상치에 부합할 것으로 봤다. 호주(2.9%→2.9%)와 캐나다(2.1%→2.1%)에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기존 3.0%에서 2.7%로 낮췄다. 한국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진 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2.0%→-1.9%), 미국과의 갈등으로 외환위기 우려가 커진 터키(5.1%→3.2%), 통화가치 하락에 시달리는 브라질(2.0%→1.2%) 정도다. 한국은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지만 투자 감소와 주력산업 부진 등이 겹치면서 성장률을 낮춰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성장·고용·금리 역전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한국은 성장률, 고용, 금리 등 핵심 경제지표에서 모조리 미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12배나 크고 잠재성장률이 1.7~1.8%로 한국(2.8~2.9%)보다 낮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에 힘입어 고속질주하고 있다.

OECD 전망이 아니더라도 성장률은 올해 미국이 한국을 앞지를 게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미 경제가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정부가 전망한 2.9%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미 간 성장률이 역전되면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한국 -6.9%, 미국 4.5%) 이후 20년 만이다.

고용시장은 더욱 대비된다. 8월 미국 실업률은 3.9%로 한국(4.0%)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미국의 9월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69년 12월 이후 4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모든 업종에서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달 실업자가 113만3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6만4000명) 후 가장 높았다.기준금리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Fed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올린 반면 한국은 작년 11월 이후 10개월째 연 1.50%에 묶여 있다. 미국 경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Fed는 올해 12월에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경기 둔화와 고용 악화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내 금리 차가 1%포인트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