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해양경비정 근무한 해경, 퇴직후 난청…법원 "공무상 재해"

해양경비정[사진=연합뉴스]
12년 동안 해양경비정에서 근무하면서 소음에 노출돼 퇴직한 이후 난청진단을 받은 전직 해양경찰관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김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1979년 9월 해양경찰청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1991년까지 11년간 해양경비함정에서 근무했다. 월평균 10일 가량 출동 근무를 하고 20일 정도는 함정 정비나 훈련 등 정박 근무를 했다. 출동 시에는 24시간을 꼬박 근무했다.

김씨는 함정을 떠난 뒤 구난 계장, 경비구난과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 퇴직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6년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당시 김씨 나이 만 66세였다.

김씨는 함정 내의 심각한 소음 탓에 난청이 생겼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다. 공단은 업무와 난청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업무 탓보다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법원도 김씨가 경비정 근무 후 25년이 지나서야 난청 진단을 받은 만큼 자연적인 노화가 청력 손실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김 판사는 "김씨가 해경으로 근무하면서 소음에 노출됐다는 인정할 자료가 없고, 2016년에 이르러서야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아 자연적인 노화 진행이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김씨가 해양경비정에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돼 노인성 난청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의 소음성 난청 진단은 공무와 인과관계가 있으며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객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음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돼 김씨가 상당한 소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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