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정면 비판하고 나선 시진핑 30년 친구 주중 美대사

아이오와주 최대 일간지에 비판 칼럼…통상전쟁 넘어 언론자유 논란 비화
"중국이 미국의 언론 자유를 이용해 미국 노동자와 농민, 기업을 협박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0년 지기(知己) 인 테리 브랜스테드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화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최대 일간지인 디모인레지스터에 실은 칼럼을 통해서다.아이오와주지사를 지낸 브랜스테드 대사는 1985년 허베이성 정딩현 서기였던 시 주석이 아이오와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미국 내 대표적인 친중파 인사다. 중국에선 시 주석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불린다.

브랜스테드 대사는 이 칼럼에서 미국 중간선거 개입 논란을 부른 관영 차이나데일리의 광고를 예로 들며 중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중국 국무원 직속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지난달 23일 4개 면에 걸쳐 디모인레지스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기사형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도록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법에 따르면 외국 매체는 미국 매체와 각종 형식의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며 “정상적인 협력을 가리켜 중국 정부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한 억지이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브랜스테드 대사는 “베이징 거리의 신문 가판대에선 중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미디어가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유무역,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로운 교류를 보장하는 국가의 일원인 나는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 약속했던 경제개방 조치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시장 중심 원칙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최근 베이징은 시장 개혁을 늦추거나 되돌리면서 국가의 개입을 강화했다”고 공격했다. 이런 조치는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정책도 겨냥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10여년 동안 중국과 협력적이고 건설적 태도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