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가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프랑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12㎞ 올라가면 센강을 길게 끼고 있는 미니 도시 아르장퇴유가 나온다. 지금은 산업경제지구로 변모했지만 예전에는 포도, 아스파라거스 등을 재배하는 전원 마을이어서 파리지앵들의 유원지 역할을 했다. 마을 이름은 ‘은처럼 빛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보불전쟁으로 런던으로 피신한 클로드 모네(1840~1926)는 1871년 말 귀국해 아르장퇴유에 5년 정도 머물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주변 풍경과 센강을 충실하게 화폭에 옮겼다. 그는 이곳에서 ‘아르장퇴유의 가을’을 비롯해 ‘아르장퇴유 다리’ ‘아르장퇴유의 양귀비 들판’ ‘아르장퇴유의 눈’ 등 걸작들을 쏟아내며 인상주의 미학의 절정을 이뤘다.1873년 완성한 ‘아르장퇴유의 가을’은 작은 마을을 휘감고 도는 센 강변의 가을 여정을 잡아낸 인상주의 회화의 대표작이다. 센강 양옆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를 그리고 위쪽에 하늘과 구름, 전통 가옥, 성당을 배치했다. 센강 수면에 드리운 나무들이 햇빛에 부서지며 가을색의 찬란하고 순간적인 인상을 전해준다. 모네는 그림의 주제보다는 변화하는 자연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풍경의 순간적 인상을 포착하는 것에 관심을 뒀던 거장의 관록과 기량을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