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인적 청산' 전권 쥔 전원책

지역 당협위원장 교체 주도할
조직강화특위 외부위원에 선임
김병준 "권한·자율성 보장할 것"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사진)가 자유한국당 전국 253개 지역 당협위원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됐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1일 253개 지역 당협위원장 교체를 주도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외부 위원으로 전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별다른 친분이 없는 외부 인사를 발탁해 향후 인적 쇄신 과정에서 나타날 당내 반발을 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김 사무총장은 이날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을 맡는 조건으로 나머지 외부 위원 3명 전원을 자신이 선임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당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전날까지 “한국당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사 의사를 밝혔으나 비대위가 이를 전격 수용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3일 전 변호사를 포함한 4명의 조강특위 외부 위원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 변호사는 외부 위원 3명 중 2명을 이미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이날 253개 지역 당협위원장 중 231명(나머지 22곳은 공석)을 일괄 사퇴시키고 인적 쇄신을 위한 본격 작업에 착수했다. 당협위원장 교체를 담당하는 조강특위는 당 사무총장(특위 위원장)과 전략부총장, 조직부총장 등 당연직 3명과 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당의 지방 조직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은 총선 공천으로 가는 지름길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냐에 따라 당권의 향방도 달라진다.

김 사무총장과 전략부총장, 조직부총장 등 당연직 3명은 지역구 당협위원장 교체 심사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전 변호사에게 전권을 실어주는 동시에 불필요한 계파 갈등을 막기 위해서다. 또 조강특위 회의도 보안 유지 차원에서 국회와 당사가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특위가 당의 간섭을 막고 인적 청산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그동안 어떤 정당에서도 당 대표와 거리가 있는 외부 인사에게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며 “비대위의 핵심 역할인 인적 청산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비대위가 당협위원장 교체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계파 반발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강특위에 전례 없는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며 “비대위원장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잘 모르는 사람을 특위 위원으로 모셔 와 공정한 인적 쇄신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