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캐버노 FBI조사 축소" 논란… 트럼프·백악관은 부인

미 언론 "FBI가 백악관 지시받아 참고인 4명만 조사"…민주 "엉터리 조사"
트럼프 "FBI가 누구라도 조사할것"…백악관은 '캐버노 구하기' 전력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성폭력 의혹을 둘러싸고 백악관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일고 있다.민주당은 백악관이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관여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캐버노 구하기'에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NBC 뉴스, CNN 방송 등 미 언론들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력 의혹에 관한 FBI 조사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BI가 백악관의 지시를 받아 소수의 참고인에 대해서만 대면조사를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돈 맥건 백악관 법률고문이 공화당 상원 지도부와 긴밀히 협력해 이번 조사를 사실상 감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BI는 단 4명의 참고인만 조사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과 CNN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버노 지명자가 고교 시절 한 파티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크리스틴 포드 미 팰로앨토 대학 교수의 첫 번째 폭로와 관련해 목격자로 지목된 캐버노 지명자의 친구 마크 저지와 파티 참석자 2명, 두 번째 폭로자인 캐버노 지명자의 예일대 동문 데버라 라미레스가 FBI의 참고인들이다.NYT는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FBI에 참고인 조사 결과를 곧바로 공유할 것을 요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를 직접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에이미 클로버샤(민주)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백악관이 FBI 조사를 소소한 것까지 직접 챙겨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리처드 블루먼솔(민주)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은 진짜 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배신하고 엉터리 인터뷰로 이번 조사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현 정부에서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NYT 기명칼럼에서 캐버노 조사에 1주일의 시한을 둔 것과 관련, "FBI에 시간 제한을 두는 일은 바보같다"고 지적했다.

코미 전 국장은 "우리는 대통령이 여성들을 연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성추행 의혹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FBI 조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을 일제히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내가 캐버노 판사에 대한 FBI 조사를 제한한다고 NBC 뉴스가 엉터리로 보도했다"며 "나는 그들(FBI)이 재량껏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누구라도 대면조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FBI 조사 절차에 대해 세세하게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변호사가 FBI에 인터뷰 대상자 명단을 줬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아는 바로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FBI가 발견하는 모든 사실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으나, FBI가 이미 6번이나 캐버노 지명자를 조사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지난 7월 연방대법관에 지명된 후 6차례에 걸쳐 FBI의 신원 조사를 받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번 조사가 민주당이 보고 싶어하는 유리한 정보 수집을 위한 조사(fishing expedition)가 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FBI의 조사 기간이 1주일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못박았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 범위는 제한될 것이다"며 "이는 1주일간 진행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콘웨이 고문은 '백악관이 캐버노 지명자의 특정 혐의만 조사하라고 FBI에 지시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백악관은 그런 식으로 FBI 조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FBI의 독립을 매우 존중하며 어젯밤 말한 것처럼 '한정된 범위' 내에서 확실한 모든 것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콘웨이 고문은 "나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매우 공감한다.

나도 성폭행의 피해자"라고 고백하면서도 캐버노 지명자 논란에 대해선 "그건 미투 운동의 모임이 아니라 노골적인 당파 정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캐버노 지명자 인준안은 지난 28일 1차 관문인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그러나 성폭행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필요성을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FBI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