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美, 폼페이오 방북때 상대로 김영철 아닌 리용호 원해"

"美, 北과 본격적인 '북한 비핵화 협상' 틀 만들기를 희망"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 협상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카운터파트로 리용호 외무상을 내세워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2일 '2018 평양정상회담 평가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주제의 세종특별정세토론회에서 "미국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는 앞으로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토론회는 세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우 실장은 이 자리에서 우선 "미국은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을 통해 다시 한번 비핵화 의지를 테스트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그동안 취한 조치들에 대한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대북) 불신을 키울 뿐으로 본다"고 설명했다.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할 텐데, 폼페이오의 방북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오게 된다면 북한이 더 진전된 태도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에서 리용호 외무상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되기를 희망하였고, 최선희 부상이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카운터파트의 조정이 아닌 북한과 본격적인 '북한 비핵화 협상'의 틀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또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에 대해 "미국의 상황 인식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진 관료집단과 현재 상황에 대해 더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북한이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함으로써 미국 내부에서의 상황 인식이 복잡해졌다"며 "왜냐하면, 미국 관료들로서는 여전히 실질적 비핵화의 구체적 실행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 핵 리스트 제출에는 못 미치는 조치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러한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발제자로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현 단계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핵 신고 리스트를 제출하는 순간 그가 가진 카드의 모든 '패'를 미국에 보여주는 셈이 되고 이후 비핵화 협상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할 때에는 반드시 '상응 조치의 시간표'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