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고점?…한국밸류 '차익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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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새 지분 1.73% 팔아‘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최근 두 달 새 JYP엔터테인먼트(종목명 JYP Ent.) 주식을 대거 판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JYP엔터 등 상승세가 가팔랐던 종목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주 고점 논란’이 불거진다면 한동안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펀드 내 비중 높아 일부 매각"
"엔터株 급등…조정 불가피" vs
"상승 여력…너무 빨리 팔았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난달 30일 기준 JYP엔터 주식 233만3431주(6.69%)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올 5월31일 291만8113주(8.4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새 58만4682주(1.73%)를 팔아치운 셈이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난해 12월 JYP엔터 지분을 5.13%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인 박진영 JYP엔터 이사(16.03%)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5월에는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엔터주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JYP엔터 지분율을 8%대까지 늘렸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JYP엔터 주식은 8월7일(304만9580주)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 기간 시장에 내다판 주식 수만 70여만 주에 달한다.한국투자밸류운용의 계속된 매도에도 JYP엔터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당 처분단가는 2만3234원에서 3만6826원까지 상승했다. 평균 3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210억원어치에 이른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올 들어 JYP엔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펀드 내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한국투자밸류운용이 ‘일부 매각’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는 “지난해 JYP엔터를 주당 4000원대에 매입했는데 최근 주가가 10배 가까이 오르면서 펀드 내에서 JYP엔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며 “JYP엔터는 물론 엔터주 전반에 대해선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란 점에서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JYP엔터 주가가 지나치게 오른 상황에서 대표적 가치투자 펀드가 지분을 축소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렇지 않아도 여러 기관투자가가 JYP엔터를 비롯한 엔터주 전반을 놓고 최근 주가가 너무 올랐다며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2대 주주가 지분을 내다팔았는데 신경이 안 쓰일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한국투자밸류운용의 이번 JYP엔터 지분 매각을 두고 “아직 주가가 충분히 더 오를 수 있는데 매도 타이밍이 너무 빨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2016년 말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를 담지 않은 한국투자밸류운용 펀드 수익률이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