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靑, 재난때 술집서 업무추진비 썼다"…김동연 "불법자료 반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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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서 정면 충돌‘비인가 예산 자료 유출’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심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국가 재난과 군사훈련 기간에도 수차례 술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추가 폭로했고, 김 부총리는 “불법적으로 얻은 자료를 그런 식으로 계속 공개해선 안 된다. 다운로드한 자료를 반납해달라”고 맞받아쳤다. 심 의원의 뒤를 이어 질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국가 기밀을 불법 탈취한 사람이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추가 폭로한 심재철
'마린온' 영결식·UFG 훈련 때도
靑 직원 술집서 업무추진비 사용
정면 반박한 김동연
"190여차례 걸쳐 100만건 자료
다운로드 받은 건 분명한 위법"
野, 소득주도성장 맹공
김광림 "사상최악·역대최저에도
문재인 정권은 시장과 전면전 벌여"
◆심 의원·김 부총리, 팽팽한 공방전이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다섯 번째 질문자로 나선 심 의원은 41분간 김 부총리를 상대로 청와대·기재부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과 정부의 정보 관리 실패 등을 집중 추궁했다. 심 의원은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올랩)에서 청와대·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시연 동영상을 보여준 뒤 “(자료 취득 과정에) 해킹 같은 불법적 방법은 동원되지 않았다. 정부의 정보 관리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얘기 아니냐”며 김 부총리를 몰아붙였다.
심 의원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와 해병대 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 장병 영결식이 있던 올 1월26일과 7월23일 심야에 청와대 직원들이 술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썼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석 달 만에 시행된 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에 와인바와 이자카야(일본식 주점)를 드나든 청와대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심 의원이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계속 말씀하고 있다”며 “어쩌다 비인가 자료에 접근했다는 건 그렇다 쳐도 190여 차례에 걸쳐 100만 건 넘는 자료를 다운로드했다는 건 위법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불법’ ‘위법’이란 단어를 쓸 때마다 한국당 의석 쪽에선 욕설과 야유가 터져나왔다.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제시한 청와대·기재부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해명했다. 그는 “업무추진비를 심야나 주말에 쓰는 건 원칙적으론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걸 소명하면 문제 될 게 없다”며 “의원님도 (국회부의장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를 주말에 쓰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부총리는 “오늘 감사원에 정부 부처 업무추진비의 전수 감사를 청구했다”며 “감사 결과 불법이란 게 드러나면 관련자를 일벌백계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했다.
◆도마에 오른 소득주도성장
심 의원 다음으로 질문자로 나선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도둑이 물건을 훔쳐 놓고 뻔뻔히 시연까지 하는 걸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도 “심 의원이 비정상적 경로로 비인가 정보를 취득했는데,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고 있느냐”고 지적했다.심 의원의 추가 폭로에 청와대는 이날 오후 반박자료를 내고 “연간 수만 건의 정상적인 집행 중 한 건씩 뽑아서 불법적 사용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각종 재난과 군사훈련 기간 사용됐다고 하는 업무 추진비는 국정 업무를 위해 관련자들과 식사하느라 쓴 것”이라며 “정부 예산 집행 지침을 준수한 정당한 지출”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질문자로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발표되는 통계마다 ‘사상 최악’ ‘역대 최저’ ‘참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며 “하지만 현 정권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행하며 시장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향해 “기업과 시장, 경제, 국민의 삶이 언제까지 정부의 실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