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미쿠키와 해독주스…'착한 먹거리'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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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배추 떴다방’이라는 게 있다. 전국 배추밭에 11월부터 약 두 달간 성행한다. 간이 천막을 치고 동네 사람이 모여 밭에서 갓 딴 배추를 소금에 절여 김장용 절임배추를 만든다. 위생설비나 위생모는 없다. 포장된 절임배추는 ‘산지직송’ ‘무공해’ 등의 이름표를 달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다. 20년간 한 기업에서 김치만 연구해온 A씨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 내 가족에게는 절대 못 먹일 정도의 제조 수준이 대다수인데 댓글, 후기만 보고 덥석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수년째 해독(디톡스)효과로 포장돼온 ‘클렌즈 주스’는 일반 과일주스와 성분과 효능, 기능 면에서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결론냈다.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댓글. 대형 식품업체는 광고에 건강 또는 의학적 효과를 명시할 수 없다. 온라인 업체는 다르다. 무허가 판매자도 많고, ‘감성팔이’ 마케팅이 판을 친다. 미미쿠키 후기에는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는데, 이 쿠키만 드십니다’ ‘아토피로 3년째 고생하는 딸에게 먹여도 안전하네요’ 등이 수백 개나 달려있다. ‘해독주스’도 그렇다. 피부가 맑아지고, 머릿결이 좋아지고, 2주 만에 몸무게가 빠졌다는 글이 넘친다.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모든 판매자를 단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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