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전환 앞둔 우리銀 '속앓이' 왜?
입력
수정
지면A16
지주사 전환 특례규정 사라져우리은행이 이달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지주 전환 승인을 받을 예정인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 급락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평가가 달라져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서다. 대형 자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제약 요인이 되거나 자본확충을 요구받을 수 있어 우리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처럼 자리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험가중치↑ 건전성 악화 위기
자본확충 요구 받을 수도
대형 금융사 M&A 제약 요인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에 지주사 전환 인가 신청을 냈으며 금융위원회는 이달 승인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 금융지주 체제로 출범할 계획이지만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은 자회사 자산 평가방법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금융사 전체에 적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평가기준이 적용되면 우리은행 자산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위험가중치가 커져 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내부등급법’에선 은행의 내부적 특성을 반영해 위험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전체 금융사에 적용하는 표준등급법에서는 위험자산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
우리은행은 내부등급법으로 따질 때 BIS 총자본비율(6월 말 기준)은 15.26%로 양호하다. 하지만 표준등급법을 들이대면 11% 수준으로 4%포인트가량 떨어진다. 통상 기준선은 8% 이상이라 당장 문제는 없지만 총자본비율이 낮으면 지주 아래 신규 계열사로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 등을 M&A하는 데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현재 6000억원 규모의 출자여력이 최대 7조원까지 늘어나 우리금융지주는 향후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앞서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는 내부등급법을 적용받도록 특례조항을 둬 자본비율 하락 부담을 피할 수 있었지만 2016년 이 조항이 일몰될 상태여서 우리은행은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우선 지주사 전환 후 내부등급법 적용을 신청하면 승인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예외를 적용한다 해도 세칙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자회사 확보를 위한 M&A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표준등급을 적용받더라도 지주사 인가 기준을 웃도는 데다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 등 소규모지만 수익성이 높고 은행 영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금융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어 당장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