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에 최저임금 올린 아마존

정치권서 저임금 비난 잇따라
내달 1일부터 시간당 15弗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680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많은 이익을 내는데도 직원 임금 수준이 낮다는 정치권 비판을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미국 내 근로자들에게 이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 아마존 근로자 최저임금도 런던은 시간당 10.5파운드(약 1만5300원), 런던 외 지역은 시간당 9.5파운드(약 1만380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미국 내 정규직 25만 명,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고용된 임시직 근로자 10만 명 등 세계 57만5000명의 직원 중 40% 이상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에선 정규직 1만7000명과 임시직 2만 명이 적용 대상이다.

아마존은 미 텍사스주 오스틴 물류창고에는 시간당 10달러, 뉴저지주 로빈스빌 13.5달러, 영국에선 7.83파운드를 지급하는 등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왔다.아마존의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막대한 수익을 내는데도 물류창고 등에서 일하는 직원과 이익을 나누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강한 비난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민주당)은 지난달 아마존을 겨냥해 근로자에게 적은 급여를 주는 대기업에 징벌성 세금을 물리는 일명 ‘베이조스 저지법’을 발의했다.

베이조스 CEO는 “(노동 착취라는) 비판론자들의 얘기를 들었고 진지하게 고민해 결정했다”며 “경쟁 업체는 물론 다른 대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2010년 이후 8년째 동결된 연방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정부에 로비활동을 벌이겠다고도 약속했다.

아마존이 정한 새 최저임금은 미연방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의 두 배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별도로 각 주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5.15달러인 조지아주보다는 세 배 가까이 높아진다. 아마존은 조지아주를 비롯해 미 전역에서 유통·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