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락하는 설비투자 반전 없이는 성장도, 일자리도 없다

경제 역동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투자가 속절없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긴 감소 행진이다. 건설투자도 올해 8개월 중 5개월이 감소세였다. 그 여파로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까지 각각 5개월, 3개월 연속 떨어졌다. 경기하강의 경고음이 더욱 요란해진 것이다.

투자는 소비와 더불어 내수경기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이 0.6%에 그친 것도 설비투자(-5.7%)와 건설투자(-2.1%)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미래 경기를 어둡게 보거나, 국내에서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올 상반기에만 74억달러로, 이미 작년 연간 투자액(79억달러)에 육박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국내 요인’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얘기다.일각에선 설비투자 감소를 올초 반도체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연말 SK하이닉스, 내년 초 삼성전자가 각각 공장 증설에 들어가면 투자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보면 반도체를 제외하곤 투자 역량이 고갈돼 간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국내외에서 반도체 경기둔화 경고가 심심찮은 판이어서, 언제까지 반도체에만 기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투자 활성화는 경제성장과 고용으로 귀결되며, 미래 경제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경제위기에 처한 것도 아닌데 환란에 버금가는 투자 감소세라는 사실은 어딘가 단단히 고장났다는 증거다. 설상가상으로 나라 안팎의 경제여건은 악화일로다. 통상전쟁이 점점 거칠어지고, 주력산업 경쟁력 저하가 뚜렷한데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은 강화 일색이니 답답할 따름이다. 투자를 되살리려면 무엇보다 잔뜩 움츠러든 기업들의 기를 살리고, 투자를 가로막는 덩어리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는 길뿐이다. 획기적인 투자의 반전(反轉) 없이는 성장도, 일자리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