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아주IB투자 3200억 펀드 조성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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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美신약업체 3곳에 300억 투자연내 상장을 앞둔 벤처캐피탈(VC) 업계 맏형 아주IB투자가 올해 32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 9곳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성과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다. 아주IB투자는 2020년까지 운용자산을 2조원으로 늘리고, 해외투자 확대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2020년까지 운용자산 2조원으로 늘린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주IB투자는 미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라이프사이언스3.0’ 펀드를 123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데 성공, 이달 중 미국 신약개발 업체 3곳에 총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600억원을 지원하는 성장지원펀드는 고용보험기금, 사학연금 등으로부터 1400억원의 출자금을 확보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장지원펀드 조성이 마무리되면 아주IB투자는 올해에만 3200억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늘리는데 성공한다. 라이프사이언스 3.0펀드는 당초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주요투자자(LP)들이 몰리면서 출자금을 20%가량 증액했다. 이 펀드는 모태펀드,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자금 지원없이 민간 제약회사, 금융회사, 공제회 등의 참여만으로 펀딩이 완료됐다. 특히 국내 제약회사들은 글로벌 제약회사들과의 접점으로 이 펀드를 활용하려는 계산도 깔렸다.
이처럼 LP자금이 대거 몰린 것은 아주IB투자가 미국 바이오 분야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앞서 2013년 미국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조성한 600억원 규모의 라이프사이언스 1호 펀드와 2015년 320억원 규모로 조성한 그로스-헬스케어펀드를 통해서다. 총 12개 미국 바이오 테크 기업에 투자해 올해까지 누적 9개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내부수익률은 20~30%에 달한다. 하버드 대학 암센터의 최고전략책임자인 윌리엄 한 박사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현지 바이오테크 VC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오비메드, 플래그십, 모닝사이드벤처 등 글로벌 VC들과 공동투자를 한 것도 빠른 시장 안착의 배경이 됐다.
아주IB투자가 투자한 기업 가운데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는 ‘G1테라퓨틱스’는 투자금의 2.5배를 벌어들였다. 자가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셀렉타(Selecta)’를 비록한 4개 기업은 블록딜 방식 등으로 분할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C형간염치료제를 개발하는 ‘아테아(ATEA)’, 그리고 야간발작혈색뇨증(PNH)·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등의 파이프라인을 가진 ‘아펠리스(Apellis)’ 등은 투자금의 8배 이상의 가격에 구주가 거래되고 있다. 아주IB관계자는 “당장 수익 실현이 가능하지만 인수·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금 회수 시점을 조율중”이라며 “최대 20배에 이르는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IB투자는 1974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VC업계의 맏형이다. 현재 1조4000억원 규모인 운용자산을 2020년까지 2조원 이상으로 키워 명실상부한 업계 선두권 자리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연내 상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본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펀드출자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펀드 규모와 수익도 더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어서다. 김지원 아주IB투자 대표는 “글로벌 최고수준의 VC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미국 바이오 투자 성과가 좋다”며 “상장을 기점으로 미국 등 해외투자를 더 확대해 글로벌 VC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