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입구'까지 가는 길 익히듯…'스퀘어' 지키는 백스윙 만들어라

메이저 퀸 박지은의 MUST 골프
(13) 탄탄한 백스윙 만드는 '포지셔닝' 훈련

백스윙의 시작은 '톨게이트' 동작
어드레스 유지하고 클럽헤드를
몸 앞으로 들어올리는 '앞코킹'
클럽헤드가 지면과 수평되게
몸통을 회전시키는 '옆코킹'

페이스가 열리거나 닫히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스퀘어로 다니게
몸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연습을

‘체인 리액션(chain reaction)’ 아시죠. 도미노처럼 순서대로 일어나는 연쇄반응인데 리듬과 템포, 균형이 중요한 골프도 이런 체인 리액션이 잘 될 때 좋은 스윙이 나온답니다. 셋업이 잘 돼 있으면 어드레스가 잘 되고, 어드레스가 잘 되면 스윙이 잘 되듯 말이죠. ‘스윙의 시작인 백스윙이 잘 되면 스윙이 다 된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백스윙을 좀 더 쉽게 하려면 ‘길’을 만들어 두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미리 코킹을 해서(사진 1) 오른쪽으로 하프스윙 정도만큼 회전(사진 2)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백스윙 완성으로 가는 문(톨게이트)을 열어놓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전 스윙에선 몸이 기억하고 있는 문으로 클럽을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 때 팔과 손을 돌려 클럽이 열리거나(사진 3), 오른쪽 팔꿈치를 뻣뻣하게 가져가 클럽헤드가 닫히면 (사진 4) 잘못된 훈련이 된다. /포천=신경훈 기자 hshin@hankyung.com

‘비밀을 여는 문’ 톨게이트 동작

제가 아는 한 비즈니스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로 출신 코치에게 해외 주재원 시절 골프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풀스윙은커녕 다운스윙도 가르쳐 주지 않고 백스윙만 주야장천 시키더랍니다. 무척 화가 났지만 고액의 레슨비를 선불로 낸 터라, ‘어찌 되나 보자’는 심정으로 꾹 참고 견뎠다고 합니다. 언더파를 수시로 치는 숨은 고수가 된 그는 지금은 골프에 입문하겠다는 후배들에게 “백스윙부터 제대로 배우라”고 신신당부하는 예찬론자가 됐고요. 가는 길이 잘 닦인 덕에 오는 길이 쉬워졌다는 논리로 말이죠.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윙의 시작인 백스윙을 잘하려면 결국 백스윙의 시작이 좋아야 합니다. 저는 이 시작을 ‘톨게이트 동작’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고속도로에 들어가려면 톨게이트를 꼭 통과하듯 골퍼들도 이 동작을 마스터하면 이상한 길로 새지 않고 쭉쭉 뻗은 좋은 길로만 달릴 수 있고 그 종착지도 좋다는 믿음에서입니다.

동작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먼저 어드레스를 합니다. 그런 다음 손목을 굽혀 몸통 앞으로 클럽헤드를 들어 올립니다(사진 1).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그대로 몸통을 오른쪽으로 회전시켜 클럽 헤드가 지면과 수평, 샤프트가 타깃을 연결한 선이 평행이 되는 지점(사진 2)까지 보냅니다. 이 두 단계 동작을 처음부터 반복합니다. 이때 하체 움직임은 없습니다. 저는 시즌이 끝난 뒤 동계훈련에 들어가면 이 동작을 약 2주일 동안 매일 1시간씩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답답하고, 짜증 나고, 지루한 반복동작이지만 그 효과는 투어 프로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분명한 ‘팩트’이니 믿고 하루 10분 등 조금씩이라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 열린 PGA 투어 CJ컵 나인브릿지 우승자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아예 이 동작을 그만의 ‘프리샷 루틴’으로 삼아 몸에 기억시켜놨습니다. 360야드를 손쉽게 때리는 그는 스윙을 하기 전 이 동작을 꼭 합니다.

근육 아픈 ‘훈련통(痛)’ 있어야 효과

이 연습을 할 때 꼭 점검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클럽헤드 페이스의 각도입니다. 저는 늘 ‘스퀘어 투 스퀘어’로 유지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동작이 완성됐을 때 페이스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면 잘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 방향(사진 3)이나, 지면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면(사진 4) 잘못된 것입니다. 하늘 방향은 페이스가 열린 것이어서 슬라이스성 구질이, 지면 방향이면 닫힌 것이므로 훅성 구질이 나오게 됩니다.

몸에 약간의 근육통이 동반될 것입니다. 통증이 아예 없다면 훈련이 제대로 안됐다는 얘깁니다. 톨게이트 동작은 동작이 크진 않아도 평소 잘 안 쓰던 왼쪽 어깨와 옆구리를 연결하는 부위, 왼쪽 등, 고관절(엉덩이와 허벅지를 연결하는 관절) 부분 근육 등이 ‘꼬임’ 동작에 쓰이기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훈련통이 사라진 자리엔 또렷한 몸의 기억이 남을 겁니다.

‘스윙으로 통하는 입구’를 만들었으니 효과는 분명합니다. 이 동작에서 몸통과 어깨를 조금만 더 돌리면 백스윙 톱이 완성됩니다. 백스윙이 처음부터 엉뚱한 곳으로 샐 일이 없겠죠. 머리를 쓸데없이 들어올리는 헤드업도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물론 어깨가 잘 돌아간 것이니 비거리 증가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클럽을 번쩍 들어올리는 스윙이 클럽과 함께 부드럽게 회전하는 세련된 스윙으로 바뀌게 됩니다.

중요한 건 몸에 이 동작을 기억시키는 일입니다. 손가락, 몸통 근육, 시각 등 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운 뒤 이 동작을 할 때 느끼는 근육의 뻑뻑함 정도와 이미지를 기억하려는 노력이면 충분합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 투어 프로 >

장소협찬 : 포천힐스컨트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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