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美 금리인상에도…中 굴착기 시장 호황은 계속된다

Cover Story -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업종 분석
강준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주가가 주춤하다. 이들 업체 주가가 흔들리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중국 굴착기 판매량이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 들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 신흥국 인프라 투자 둔화 가능성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과한 측면이 많다는 판단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굴착기의 누적 판매량은 13만660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2.3% 늘었다. 중국 굴착기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건설기계업종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건설기계업종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굴착기 시장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물론 국내 건설기계 업체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흥국 경제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도 악재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는 동시에 통화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은 선진국보다 신흥국 판매 비중이 높다. 이들 건설기계 업체의 주가 향방은 신흥국 경기에 따라 움직인다.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 여파가 국내 건설기계 업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하지만 국내 건설기계업종 주가를 누르고 있는 세 가지 이슈에 대한 반론도 적잖다.

중국 굴착기 판매량 고점론의 경우 뒷받침할 자료가 많지 않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결정한 순간부터 건설기계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추정하는 것부터 어렵다. 중국 건설사 등의 굴착기 교체 수요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들 업체는 최근까지 굴착기를 대거 사들인 탓에 유휴 장비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굴착기를 언제 사들일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고 굴착기 거래가 활발하지만 중고 매매거래 공식 자료도 없다. 중국 굴착기 매매는 생산업체와 구매자 직거래보다 중간 딜러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 굴착기 딜러의 매매거래를 집계하는 곳도 없다.중국 건설기계 시장의 내년 전망을 가늠하기 위한 최적의 자료는 올해 9월 중국 굴착기 판매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건설기계 딜러들은 내년 상반기 시장을 대비해 매년 하반기에 굴착기를 미리 구매해놓고 대비한다. 특히 9월에 내년을 대비한 딜러들의 ‘선구매’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올해 9월 굴착기를 비롯한 건설기계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늘었다면 내년 판매량이 올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2018년 고점론을 펼치기 앞서 올해 9월 굴착기 판매량을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분쟁이 중국 굴착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굴착기 판매량의 내수 판매 비중은 93%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굴착기 대부분이 중국 건설업체 등에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에 높은 관세를 물린다. 하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굴착기 숫자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중국 굴착기 업계는 물론 중국에 굴착기 공장을 두고 있는 업체들의 피해는 미미할 전망이다.

무역분쟁은 오히려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두 나라의 무역분쟁이 길어지면 중국의 대미 수출 물량은 줄어들고 그만큼 중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 건설기계 판매량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고 덩달아 글로벌 건설기계 업종도 수혜가 예상된다.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장기적으로 치밀한 계획을 짜서 추진한다. 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정부 예산도 미리 확보해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미국 금리 인상 부작용에 대비해 정부가 미래 인프라 투자를 미룰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계획한 인프라 투자를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본다.

jungukang@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