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굴착기·G2엔진 장착…두산인프라코어의 '글로벌 질주'

Cover Story - 두산인프라코어

위기때 철저히 준비
특수장비 다양화·서비스 솔루션 강화
흔들림 없는 견고한 사업구조 구축
中 중대형 굴착기 현금 판매 비중 '쑥'
북미·유럽·신흥국서도 고른 성장세

신성장 동력 발굴
친환경 소형 'G2엔진' 수요처
농기계·지게차 등으로 확대
올 매출 7조·영업익 7000억 돌파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 전망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의 역사는 한국 기계산업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 회사의 전신인 조선기계제작소는 1937년 설립돼 광산기계 등을 생산한 한국 최초의 대단위 기계회사다. 1958년엔 선박용 디젤엔진 생산에 뛰어들며 국내 최초로 엔진 사업을 시작했다. 1978년 굴착기를 생산하며 건설기계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국기계공업과 대우종합기계를 거쳐 2005년 두산그룹에 편입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40년간 만든 굴착기와 휠로더 등 건설기계는 40만 대에 달한다.

한국 기계산업을 선도해온 두산인프라코어가 가파른 성장세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매출 6조5679억원, 영업이익 6608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10.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작년보다 21% 늘어난 2조1441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꾸준히 다져온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2% 늘어난 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도 7000억원을 웃돌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맞춤형 신제품 통해 성장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이후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시장 축소로 2015년까지 역성장하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판매 역량 강화와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등 경쟁력 강화 전략을 준비하며 시장 회복기를 대비했다. 건설기계 교체 주기와 중국 내 상향된 배기가스 배출 규제 발효가 맞물리는 시기를 예상해 신제품도 출시했다. 기존 모델보다 연비를 15% 이상 개선한 ‘DX-9C 시리즈’를 선보였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업그레이드한 ‘두산커넥트’도 도입했다. 중대형 기종(15t급 이상) 장비에는 기존 부품 보증 조건에 더해 5대 주요 부품에 대한 보증기간을 3년·6000시간까지 연장했다. 제품 고장 유무와 보증 기간에 관계없이 두산인프라코어 전문가들이 고객을 직접 방문해 장비 운용 컨설팅과 교육을 하는 서비스 프로그램인 ‘두산케어’ 활동도 한층 강화했다.

성장 기반 마련도 성공중국 굴착기 시장이 2016년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하자 두산인프라코어에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중국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한때 6.7%까지 떨어졌던 중국 시장 점유율도 9.1%까지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성장세를 이어가 지난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만1404대에 달한다. 작년 전체 판매량(1만851대)을 넘어선 지 오래다.

판매 가격이 높은 중대형 굴착기 판매 증가로 수익성도 한층 개선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내 중대형 굴착기 판매 비중은 2016년 29%에서 올해는 40%로 크게 높아졌다. 올 1분기(1~3월) 굴착기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상승했다. 지난해 초 55% 수준이던 현금 판매 비중도 올 2분기 86%까지 향상됐다. 판매 대금을 100% 현금으로 받거나 1년 내 판매 가격의 60% 이상을 현금으로 회수해 재무구조도 탄탄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특수장비 다양화와 서비스 솔루션 등 애프터마켓(AM) 사업도 강화해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흥·선진시장 공략 박차두산인프라코어 실적 호조는 중국 건설기계 사업 회복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신흥시장 전 지역에 걸친 고른 성장세 덕분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선진시장에서의 건설기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성장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에 위임했던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의 중대형 건설기계 사업을 직접 맡아 영업망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영업과 제품 개발, 생산 등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경영 효율성과 사업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높여 나간다는 목표다.

신흥시장에서는 미진출 지역에서의 영업망 확보에 주력한다는 목표다. 2012년 82% 수준이었던 영업망 진출 비율을 2016년엔 93%까지 끌어올렸다. 대형 고객 수주 활동도 강화해 시장 성장세보다 가파른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 신흥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8% 늘었다. 독립국가연합(CIS)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각각 작년 대비 83%와 68%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달성했다.G2엔진 앞세워 성장 동력 강화

두산인프라코어는 주력인 건설기계 외에도 엔진 사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발전기 및 차량용 엔진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소형 엔진인 ‘G2엔진’을 중심으로 수요처를 확대하며 신사업 발굴에 주력 중이다. G2엔진은 현재 가장 강력한 배기규제 기준(Tier 4 Final)을 충족하는 고성능 친환경 엔진이다. 높은 출력을 내면서도 연료 소비가 적은 고효율 엔진으로, 디젤엔진 연소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유해 물질을 줄이는 신연소기술을 적용했다. G2엔진은 2013년 국내에서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에 선정됐고, 2014년엔 영국 지게차협회로부터 혁신상을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G2엔진 수요처를 소형 건설기계 외에도 농기계와 지게차업계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6년 대동공업, 국제종합기계 등 국내 유수의 농기계 업체와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작년엔 세계 2위 지게차 업체인 독일 키온의 프리미엄 지게차용 엔진 공급 계약도 따냈다. 엔진의 본고장인 독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28년까지 키온에 6만9000여 대의 G2엔진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농기계 업체 로볼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중국과 신흥시장 엔진사업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 8월엔 인도네시아 국영 엔진 생산 업체인 BBI와 현지 엔진사업 협력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발효 예정인 유럽 배기규제(Stage V)에 대응해 엔진 수주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