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성 강화…위원들 '물갈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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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요건을 강화해 전문성을 높인다. 자격 요건 강화로 현재 대부분의 민간위원이 바뀔 전망이다. 기금운용위는 상설화되고 상근위원 3명은 정무직 공무원 차관급 보수를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오전 서울시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2018년도 제7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 기금위 운영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2018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 변경'을 심의 및 의결했다.기금운용위는 복지부 장관(위원장),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되는데 그동안 민간위원은 별다른 자격요건 없이 가입자단체가 추천한 인물을 위촉해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많다"며 "정부는 이러한 요구에 맞춰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성·독립성을 갖추고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설된 자격 요건은 금융·경제·자산운용·법률·사회복지 등 3년 이상 경력의 교수, 박사학위 소지자, 변호사, 회계사 또는 이런 요건에 상당하는 경력을 갖춘 전문가이다.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민간위원이 바뀔 전망이다. 기금운용위는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기금운용 의사결정과정에 상시 참여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로 개편된다.

이는 국민연금의 기금 수익률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연초 이후 7월말까지 기금 운용 수익률은 연 환산 1.86% 정도다. 지난해 수익률(7.26%)에 비하면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국내 주식 투자수익률은 악화일로다. 지난 4월말 2.4%였던 누적수익률은 7월말 -6.11%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국민연금이 벤치마크(기준점)으로 삼는 코스피 수익률 0.69%포인트도 하회하는 수준이다. 기금운용위원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기금용위는 상설화된다. 그동안 상설기구가 아니어서 상정 안건조차 심도있게 논의하지 못하고 위원들은 1년에 6~8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2~3시간 안에 모든 안건을 심의 의결해 졸속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임위원직을 설치하는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근위원직을 두기로 했다. 상근위원은 3명으로 가입자단체 추천 위원 12명(사용자 및 근로자 각각 3명, 지역가입자 6명) 중에서 단체별로 1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상근위원은 기금운용위 산하 소위원회 3개(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평가보상) 가운데 1개씩을 전담한다. 상근위원은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이 아닌 민간 신분을 유지하고, 보수는 정무직공무원 차관급 보수(연봉 1억2천만원 수준)에 준해 지급된다.기금운용위 활동을 지원하는 사무기구는 복지부 산하에 설치된다. 사무기구에는 소위원회 운영을 지원할 부서 3개가 꾸려진다. 투자정책 및 수탁자책임 소위원회는 9명, 성과평가보상 소위원회는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에게는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을 기금운용위에서 안건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안건 부의권이 주어진다.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동의가 요건이다.

위원회는 월 1회 정례회의와 수시회의를 개최해 투자기준과 자산배분 등 투자전략, 기금운용 성과평가 및 운용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런 운영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11월 초에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2월께 시행령이 통과되면 3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5월에는 기금운용위 민간위원을 새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시행령과 지침 개정으로 추진된다.

복지부는 "과거 국회 논의과정을 고려하면 법률 개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법률보다 하위법령 및 지침을 먼저 개정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며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노조와 양대 노총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법 개정 원칙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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