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징역 1년6개월 법정구속…석방 61일만

조윤선 징역1년 집행유예 2년…法 "보수단체 지원압박, 사적자치 침해"
허현준도 징역 1년 6개월 법정구속…현기완 공선법 위반 더해 징역 3년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 구속됐다.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지 두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혐의 가운데 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구속으로 김 전 실장은 지난 8월 6일 석방된 지 61일 만에 다시 구속수감되는 신세가 됐다.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왕(王)실장'으로 불린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월 21일 새벽 구속된 뒤 최근 풀려나기까지 구치소와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아왔다.

김 전 실장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헌법은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 재산의 보호를 중요시하는 데 이런 헌법 가치를 중시해야 할 대통령 비서실 구성원이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한다"고 말했다.이어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위해 국가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데, 시민단체를 보수와 진보로 양분해 보수단체에 지원을 결정하고 이들 단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행위가 비서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업무적인 형식과 외형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어 직권남용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비롯해 박준우 전 정무수석,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김 전 실장을 제외하고는 강요죄만 유죄로 인정된 다른 피고인의 경우 모두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 전 수석의 양형 사유에 대해 "자금 지원 압박이 진행되던 과정에 정무수석에 임명됐고,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 측을 압박한 정황을 찾을 수 없어 정무수석의 막중한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은 강요죄 외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가 추가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김 전 실장과 함께 이날 법정 구속됐다.
허 전 행정관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4월 20일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석방된 지 5개월 여 만에 이날 실형 선고로 보석이 취소되면서 다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고손실, 강요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 전 수석은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구에 공천시키고자 불법 여론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선거 비용 중 5억원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현 전 수석은 앞서 엘시티(LCT) 비리 등에 연루돼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인 상태다.

재판부는 조 전 수석과 현 전 수석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것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공소사실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김재원 전 정무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 전 수석 후임으로 행한 불법 여론조사와 관련해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