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유성영화 개막 알린 알 졸슨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잠깐, 잠깐만! 당신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잖아! (Wait a minute. Wait a minute. You ain’t heard nothin’ yet.)”

1927년 10월6일 미국 뉴욕 워너브러더스 극장에서 스크린 속 영화 ‘재즈 싱어’의 주인공 라비노비츠(알 졸슨 분)의 목소리가 극장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순간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개봉된 ‘재즈 싱어’에서 동시 녹음된 말이 나오는 순간은 단 두 장면에 불과했고 나머지 장면은 이전 무성영화처럼 자막으로 처리됐지만 이 영화는 토키(talkies) 즉 유성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이 됐다.‘재즈 싱어’는 대성공을 거뒀고 파산 직전이었던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단숨에 메이저 영화사로 올라섰다. 영화사들은 너도나도 유성영화 제작에 나섰다.

영화 주인공 라비노비츠와 배우 졸슨은 닮은 부분이 많다. 졸슨은 1886년 유대교회 성가대 지휘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곱 살에 워싱턴DC로 갔고 아버지의 반대에도 보드빌(음악을 곁들인 짧은 희가극) 배우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속 라비노비츠도 부친의 뜻을 거스르고 브로드웨이로 가 재즈 싱어로 성공한다. 이후의 삶은 다르다. 라비노비츠는 유대교회 성가대원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이어받지만 졸슨은 ‘재즈 싱어’로 대스타가 된 뒤 계속 배우와 가수로서 성공 가도를 걸었다. 영화 ‘노래하는 바보’ ‘노래로 말해요’ ‘마미’ 등에 출연했고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