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은산분리, 금과옥조 아냐"…규제완화 반대하는 진보진영 비판

"삼성, 인터넷銀 진출할 이유 없어
사금고화 우려는 시스템으로 감독"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진보 진영을 향해 “한국 사회는 보수·진보 간 토론도 필요하지만 진보 진영 내부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5일 충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금산분리·은산분리에 대한 진보 진영의 경직적 사고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논란과 관련해 삼성그룹 하나만을 제한하자는 식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며 “하지만 삼성은 이미 220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이 있어 10조원 규모의 인터넷전문은행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자본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재벌 산업자본이 너도나도 은행을 갖고자 했고 사금고화 유혹도 컸다”며 “하지만 외환위기, 카드대란, 금융위기를 거치며 오히려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위험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김 위원장은 “과거 사금고화에 대한 기억을 쉽게 지울 순 없겠지만 지난 30년간 산업자본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며 “금융감독당국의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 등 사금고화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방식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진보 진영은 어째서 2002년 만들어진 현행 은행법 은산분리를 한 글자도 고치면 안 되는 금과옥조로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식 파산제도, 독일식 노사제도, 스웨덴식 복지제도 등이 진보 진영 개혁의 골격”이라며 “하나하나는 바람직한 제도지만 이를 모두 묶었을 때 효과적으로 가동될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생각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5년, 10년 전에도 같은 생각이었다”며 “30년 전에는 정부 규제가 유일하고 효과적인 개혁 수단이었지만 그동안 세계도 한국도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