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경제이야기] 수면 무호흡증과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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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음주운전이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하고 음주운전보다 더 흔히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졸음운전 중 상당 부분은 수면 무호흡증이 원인일 것이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에게 뇌파 검사와 눈 감기 측정을 해보면 낮 시간 졸음이 증가하고, 주행 시뮬레이터 검사를 해보면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무호흡증은 운전할 때 자동차 충돌사고의 위험을 2~7배 높인다.수면 무호흡증은 인두와 혀의 확장근이 이완돼 야간에 반복적으로 기도가 좁아져 나타나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호흡 중추의 주기적인 불안정성에 의해 나타나는 중심성 수면 무호흡증 등으로 나뉜다. 수면 무호흡증은 남성과 고령자에게서 흔하고, 비만이거나 목둘레가 굵은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잠잘 때 습관적으로 코를 골고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아침에 두통이 발생한다면 수면 무호흡증이 있지 않나 의심해 봐야 한다. 10초 이상 숨을 멈추는 현상이 수면 1시간 동안 다섯 번 이상 생길 때 수면 무호흡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해부학적 구조와 수면다원검사 결과, 치료방법에 대한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한다. 수면 무호흡증 치료는 수술, 양압호흡기, 구강 내 장치, 체중 조절, 자세 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양압호흡기를 이용해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면 주간에 졸음을 줄이고 자동차 충돌사고 위험을 대조군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수면 무호흡증을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졸음운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때 졸음운전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필요한 운전을 줄이고 심야운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운전하기 전날 충분히 잠을 자고 졸리면 운전을 피해야 한다. 평소 운동을 하면 목구멍 주변 근육의 탄력이 좋아지므로 걷기, 달리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양압호흡기 등으로 적절히 치료받고 비만인 경우에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수면 무호흡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근경색, 뇌졸중, 돌연사 등 심각한 합병질환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