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성공적 회담"…김정은 "양국 미래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

폼페이오·김정은, 오찬 포함 3시간30분 회동

美·北 '빅딜' 가까워졌나
"北 비핵화·참관 문제 협의
美 상응조치도 논의했다"

영변 核폐기-종전선언 맞교환
'플러스 알파' 조치 의견 좁힌듯

美 중간선거前 정상회담 가능성
의제·시기·장소 실무협상 계속
"시간·노력 많이 드는 작업 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방북 직후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뒤 곧바로 경기 오산 미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시간30분에 걸쳐 비핵화 담판 협상을 벌였다. 두 사람이 약식 면담을 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직접 북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 등을 놓고 상당 시간 협상한 것이다. 미·북은 영변 핵폐기와 종전선언 맞교환 외에 ‘플러스알파’ 조치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폼페이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면담

이날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은과 2시간 정도 회담한 뒤 90분간 업무 오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총 3시간30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장관과 오찬을 시작하기 앞서 “오늘은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매우 성공적인 오전(회담)을 보내 고맙고, 오찬에서 보낼 우리의 시간도 고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정은은 또 “장관께선 네 번째 방문이니까 다른 사람보다 낯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찬에는 북측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미국 측에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안미션센터장이 참석했다. AP통신은 북한 관리들이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과 면담할 것을 알았으나 오찬을 함께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3차 방북에서는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 신경전을 벌인 탓에 김정은과의 면담이 불발됐다.

두 사람이 면담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협상에 대해 “북한 방문이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많지만 오늘 또 한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영변 핵폐기 및 참관, 종전선언 교환 접근

이날 협상 분위기로 미뤄볼 때 미·북 비핵화 협상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북에 동행한 미국 관리는 방북을 마친 뒤 “지난번보다 성과가 좋았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7월 3차 방북 때와 달리 비핵화 협상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뤘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김정은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밝혔다. 전문가 사이에선 영변 핵시설 폐기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검증, 대북제재 완화와 함께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 및 장소 등에 합의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전선언 시기, 주체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에 앞서 기자들에게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FFVD)가 완수되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 중국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 일정 계속 논의

미·북은 2차 정상회담 개최 날짜와 장소에 관해서도 대략적인 논의를 마쳤다. 북한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1월6일 이전을,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성패 논란 등을 감안해 중간선거 이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리 성사된 점을 들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미국 중간선거일인 다음달 6일 이전에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장소는 1차 때처럼 유럽 등 제3국 개최나 판문점 개최 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북은 앞으로 실무 협상단을 꾸려 비핵화 조치와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측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측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언급을 감안하면 향후 비핵화 논의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고 “FFVD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