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성능차 기술의 심장부…독일 알체나우 모터스포츠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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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짜리 엔진 등 양산차 개조해 고출력 '랠리카' 개발
독일 중부의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약 27㎞ 떨어진 알체나우 자동차 산업단지.
한적한 시골마을 분위기의 이곳에는 올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월드 투어링카 컵'(WTCR)에서 동반 우승을 노리는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이 자리잡고 있다.호젓한 겉모습과 달리 고성능차 기술을 벼리고 담금질하는 기술경쟁의 최전선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수백억원 투자해 엔진 개발하고 경주용차 제작해 판매도
4일(현지시간) 방문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의 정문을 들어서자 여느 사무실과 비슷한 모습의 사무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직원 안내에 따라 보안 구역인 건물 뒤편 워크숍에 들어서자 제작·수리 중이거나 성능 시험 중인 랠리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는, 공장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그중 한 대에 시동을 걸자 여느 승용차와는 질감이 확연히 다른, 야수가 으르렁대는 듯한 엔진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 차는 WRC에 출전 중인 'i20 쿠페 WRC'로, 보통 준중형차에 쓰이는 1천600㏄ 가솔린 터보엔진을 달았지만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 튜닝을 거쳐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5.9㎏·m의 힘을 발휘하도록 개조됐다.
엔진음은 고출력에 걸맞게 거칠고 요란했다.이곳이 바로 현대차 모터스포츠 사업의 심장부다.
이곳에선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생산된 i20 쿠페 양산차를 가져다 차량의 뼈대인 섀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개조해 경주용차로 탈바꿈시킨다.
전복 등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를 보호하는 관 모양의 강철 구조물인 롤 케이지를 설치하고 차체 강성을 높이는 작업도 포함된다.현대차 관계자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정한 규정상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기반이 되는 양산차의 기본 역학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 개발실에는 이렇게 고출력으로 개조된 엔진이 전시돼 있었다.
황인구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 엔진의 설계와 제작, 조립, 측정, 테스트가 모두 수행된다"며 "이 엔진은 가격이 일반 엔진의 100배쯤인 2억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엔진 개발에는 통상 2년 이상이 소요되고, 비용도 제작비를 포함해 수백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다만 "WRC 출전 차량은 FIA가 정한 성능, 비용에 대한 상한 규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별 엔진 출력은 5∼10마력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차량의 동력성능, 드라이버의 주행능력, 엔진의 성능 등이 모두 맞물려야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차를 한번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다.
매 경주마다 지형이나 도로 여건, 기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출전 때마다 그에 맞춰 차량을 튜닝한다.
대회가 펼쳐지는 곳과 지형이나 기후 여건이 비슷한 곳을 찾아 시험주행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차량 성능을 조정해 매 경주에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또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는 매번 연면적 1천㎡에 2층 높이, 240t 규모의 임시 지원시설이 설치된다.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차량을 정비하고 관람객·미디어 등을 맞이하는 곳이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는 또 커스터머 레이싱 워크숍도 있다.
커스터머 레이싱은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참가하는 대신 레이싱에 참여하는 프로 경주팀에 경주용차를 판매하는 형태의 경주를 가리킨다.
WTCR이 바로 커스터머 레이싱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WRC의 하위 리그인 'R5'와 WTCR 경주용차를 주문받아 제작한 뒤 공급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R5용 랠리카는 기본가격이 22만8천유로(약 2억9천800만원), WTCR용 서킷카는 기본가격이 12만8천유로(약 1억6천700만원)라고 한다.
특히 WRTC 차량의 경우 FIA가 정한 가격 상한(15만유로)보다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장지하 현대모터스포츠법인 경주차판매사업담당은 "R5는 2주에 1대, TCR 차는 1주일에 1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TCR 차는 40개 팀에 판매했는데 전 세계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지금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WRC와 WTCR 경주에서 현대모터스포츠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장 담당은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1만6천㎡ 규모에 250여명이 근무
현대차는 2012년께부터 고성능차 개발을 본격화했다.
2012년 파리 국제모터쇼를 통해 WRC 참가를 선언했고, 국내에서는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고성능카 관련 조직을 통합하면서 해외에선 그해 12월 알체나우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했다.
알체나우는 독일 유럽기술연구소, 유럽디자인센터, 고성능차의 성능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서킷' 등과 인접해 이들 기관과 신속하고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설립 당시 8천200㎡ 규모의 부지에 5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이후 사무동과 경주용차 개발·제작을 위한 워크숍 공간을 확장하면서 부지 1만6천㎡, 직원 250여 명(25개국)으로 몸집이 커졌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고성능차개발센터와 협업해 경주용차 성능 향상을 위해 각종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또 2015년부터는 WRC 참가 외에도 WRC의 하부 리그라 할 'WRC R5'(판매용 랠리카) 제작·판매, WTCR 차량 제작·판매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 설계 ▲ 엔진 ▲ 워크숍 ▲ 물류 ▲ 관리 ▲ 마케팅·홍보 ▲ 커스터머 레이싱(경주용차 개발·제작·판매) 등 7개 부서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중부의 금융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약 27㎞ 떨어진 알체나우 자동차 산업단지.
한적한 시골마을 분위기의 이곳에는 올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월드 투어링카 컵'(WTCR)에서 동반 우승을 노리는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이 자리잡고 있다.호젓한 겉모습과 달리 고성능차 기술을 벼리고 담금질하는 기술경쟁의 최전선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수백억원 투자해 엔진 개발하고 경주용차 제작해 판매도
4일(현지시간) 방문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의 정문을 들어서자 여느 사무실과 비슷한 모습의 사무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직원 안내에 따라 보안 구역인 건물 뒤편 워크숍에 들어서자 제작·수리 중이거나 성능 시험 중인 랠리카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는, 공장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그중 한 대에 시동을 걸자 여느 승용차와는 질감이 확연히 다른, 야수가 으르렁대는 듯한 엔진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 차는 WRC에 출전 중인 'i20 쿠페 WRC'로, 보통 준중형차에 쓰이는 1천600㏄ 가솔린 터보엔진을 달았지만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 튜닝을 거쳐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5.9㎏·m의 힘을 발휘하도록 개조됐다.
엔진음은 고출력에 걸맞게 거칠고 요란했다.이곳이 바로 현대차 모터스포츠 사업의 심장부다.
이곳에선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생산된 i20 쿠페 양산차를 가져다 차량의 뼈대인 섀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개조해 경주용차로 탈바꿈시킨다.
전복 등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를 보호하는 관 모양의 강철 구조물인 롤 케이지를 설치하고 차체 강성을 높이는 작업도 포함된다.현대차 관계자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정한 규정상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기반이 되는 양산차의 기본 역학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 개발실에는 이렇게 고출력으로 개조된 엔진이 전시돼 있었다.
황인구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 엔진의 설계와 제작, 조립, 측정, 테스트가 모두 수행된다"며 "이 엔진은 가격이 일반 엔진의 100배쯤인 2억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엔진 개발에는 통상 2년 이상이 소요되고, 비용도 제작비를 포함해 수백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다만 "WRC 출전 차량은 FIA가 정한 성능, 비용에 대한 상한 규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별 엔진 출력은 5∼10마력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차량의 동력성능, 드라이버의 주행능력, 엔진의 성능 등이 모두 맞물려야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차를 한번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다.
매 경주마다 지형이나 도로 여건, 기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출전 때마다 그에 맞춰 차량을 튜닝한다.
대회가 펼쳐지는 곳과 지형이나 기후 여건이 비슷한 곳을 찾아 시험주행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차량 성능을 조정해 매 경주에 최적화시키는 것이다.
또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는 매번 연면적 1천㎡에 2층 높이, 240t 규모의 임시 지원시설이 설치된다.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차량을 정비하고 관람객·미디어 등을 맞이하는 곳이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에는 또 커스터머 레이싱 워크숍도 있다.
커스터머 레이싱은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참가하는 대신 레이싱에 참여하는 프로 경주팀에 경주용차를 판매하는 형태의 경주를 가리킨다.
WTCR이 바로 커스터머 레이싱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WRC의 하위 리그인 'R5'와 WTCR 경주용차를 주문받아 제작한 뒤 공급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R5용 랠리카는 기본가격이 22만8천유로(약 2억9천800만원), WTCR용 서킷카는 기본가격이 12만8천유로(약 1억6천700만원)라고 한다.
특히 WRTC 차량의 경우 FIA가 정한 가격 상한(15만유로)보다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장지하 현대모터스포츠법인 경주차판매사업담당은 "R5는 2주에 1대, TCR 차는 1주일에 1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TCR 차는 40개 팀에 판매했는데 전 세계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지금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WRC와 WTCR 경주에서 현대모터스포츠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장 담당은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1만6천㎡ 규모에 250여명이 근무
현대차는 2012년께부터 고성능차 개발을 본격화했다.
2012년 파리 국제모터쇼를 통해 WRC 참가를 선언했고, 국내에서는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고성능카 관련 조직을 통합하면서 해외에선 그해 12월 알체나우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했다.
알체나우는 독일 유럽기술연구소, 유럽디자인센터, 고성능차의 성능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서킷' 등과 인접해 이들 기관과 신속하고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설립 당시 8천200㎡ 규모의 부지에 5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이후 사무동과 경주용차 개발·제작을 위한 워크숍 공간을 확장하면서 부지 1만6천㎡, 직원 250여 명(25개국)으로 몸집이 커졌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고성능차개발센터와 협업해 경주용차 성능 향상을 위해 각종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또 2015년부터는 WRC 참가 외에도 WRC의 하부 리그라 할 'WRC R5'(판매용 랠리카) 제작·판매, WTCR 차량 제작·판매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 설계 ▲ 엔진 ▲ 워크숍 ▲ 물류 ▲ 관리 ▲ 마케팅·홍보 ▲ 커스터머 레이싱(경주용차 개발·제작·판매) 등 7개 부서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