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신고 시기 유연화' 강경화 중재안에 北美 교감했나

폼페이오 방북 이후 잇따라 긍정 언급 주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4차 방북 성과가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북미 양측이 강경화 외교장관의 '중재안'에 얼마나 공감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앞서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와 내신 브리핑 등을 통해 내놓은 중재안은 북미 양측의 신뢰 구축을 우선시하는 차원에서의 '북한 핵리스트 신고 당면 보류와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맞교환'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는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핵 물질·시설·무기 등의 목록 신고 내용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이 큰 만큼 신고를 비핵화의 첫 단계에 두는 통상의 비핵화 수순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제안이었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쌓이면 그때 신고하고 검증 절차에 들어가자는 내용인 셈이다.이 중재안은 핵신고-종전선언의 교환 구도를 놓고 북미가 충돌했던 지난 7월 폼페이오 3차 방북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폼페이오 방북 이후 북미 양쪽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메시지에 비춰 볼 때 강 장관 중재안의 일정 요소가 북미 간에 논의되는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통해 실제 비핵화 프로세스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단 구성과 이미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찰단 방문 등에 합의가 이뤄진 데에도 강경화 장관 중재안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아직 구체적 사항이 공개되지 않아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측의 회동 결과를 강 장관의 중재안에 직접 대입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큰 틀의 방향에서는 유사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수용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은 북미 양측이 앞으로 신뢰구축을 위한 단계를 밟아갈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방문이나 평양공동선언의 동창리 미사일 시설 전문가 참관 등 부분은 결국 북한 입장에서의 신뢰구축 조치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북미가 당장 전면적인 핵리스트 신고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이 '조건부'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의 상응조치와 함께 사찰과 검증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영변 핵시설 이외에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플러스알파(+α)'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의 폐기 등이 외교가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측 상응 조치로는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사찰·검증을 맡는 미국 측 인력의 상주 등을 위한 평양 북미연락사무소 설치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엔총회를 계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강조한 대북제재 해제 및 완화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됐을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양측의 단계적 신뢰 구축 조치들이 얼마나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진행되면서 실무협상이 진행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로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3차 '빈손 방북' 때와는 달리 북미가 "진전이 이뤄졌다", "조만간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 등 긍정적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만큼 양측이 '선행' 조치 요구에 매달리기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제2차 정상회담에'서의 '빅딜'을 위한 주고받기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도 8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제안한 북핵 신고 유보 및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맞교환 구상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질문받자 "(미국이) 융통성을 많이 가지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조성렬 위원은 "강 장관의 중재안이 일단 기본적 틀에서는 (현실과) 맞는 방향으로 보인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양측의 언급은 향후 신뢰구축 조치 추진에 있어 굉장히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