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주 '辛바람'…사업개편·저평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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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롯데' 재시동에 시장 화답롯데그룹주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른 기대로 8일 일제히 상승했다. 신 회장 복귀 후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한 계열사 재편과 각종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사업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눌리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진 점도 롯데그룹주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케미칼, 지주 자회사 편입 예상
쇼핑은 점포 구조조정 가속 기대
종목 대부분 PBR 1배 미만
부진했던 中 사업 정리되면 반등

신 회장이 “지배구조 선진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롯데지주가 우선 주목받고 있다. 롯데지주가 조만간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금융·보험업을 하는 국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어 보유 중인 금융사 지분(롯데카드 93.8%, 롯데캐피탈 25.6%)을 내년 10월까지 처분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금융사 지분과 추가 조달한 자금으로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교환 후 롯데지주의 순자산가치가 올라가고 롯데케미칼의 주가 상승분을 롯데지주가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신 회장 복귀에 따른 기대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국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실 점포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윤 연구원은 “롯데는 2022년까지 전자상거래(e커머스) 사업에 3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어서 부진한 사업 분야 조정이 절실하다”며 “신 회장이 복귀한 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9월 이후 반등 종목 늘어
롯데그룹주가 대체로 저평가 구간에 있는 점도 증권가에서 반등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0.45배·12개월 선행 기준)을 비롯해 롯데제과(0.64배) 롯데케미칼(0.62배) 등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모두 1배가 안 된다. 현재 주가가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롯데그룹주는 중국 시장에 발을 걸쳤던 자회사들이 부진을 겪은 데다,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내는 롯데케미칼조차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내 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초 33조원을 넘었던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지난 8월 말 28조363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반등하는 종목이 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지난달 이후 각각 13.9%, 4.2% 상승했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라하트, 콜슨 등 해외 알짜 자회사를 롯데지주로부터 현물출자받으면서 수익성을 높였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중국 화북법인(베이징)과 화동법인(상하이)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한 중국 법인의 적자가 올 4분기부터 롯데쇼핑 실적에서 빠지면서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4조원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롯데는 2017년 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가 보유한 부지를 매입해 화학단지 설계 작업에 들어갔지만 신 회장이 구속된 뒤 작업이 중단됐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PBR은 2014년 유가 급락에 따른 공포심이 지배했던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이제 달라지는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