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신동빈, 첫 메시지는 투자 확대…"어려운 때일수록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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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출근…부회장단 등과 '마라톤 회의'8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8일 업무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성은 ‘투자’였다. 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주간회의에서 신 회장은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이 투자에 방점을 찍은 만큼 롯데는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그동안 신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중단했거나 보류한 대규모 국내외 투자 및 고용 계획이 곧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2시간 걸리던 주간회의
현안 많아 3시간가량 진행
자금흐름 등 중점 점검
신동빈 회장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내달라"
국내외 투자·고용계획 곧 나올 듯
◆릴레이 현안보고 받아신 회장의 이날 출근은 8개월 전과 다름 없었다. 오전 9시께 롯데월드타워에 차를 타고 온 뒤 1층 정문에서 내려 집무실로 이동했다. 취재진을 의식해 지하에 차를 댄 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탈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다. 기자들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후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오전 9시30분부터 주간회의를 주재했다. 신 회장이 없는 동안 매주 열었던 비상경영회의 참석자들이 보고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허수영·이원준·이재혁·송용덕 등 비즈니스 유닛(BU)장을 맡고 있는 4명의 부회장이 돌아가면서 긴급 현안을 주로 얘기했다. 평소 두 시간이면 끝나는 주간회의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신 회장이 주로 듣기만 했는데도 그랬다. 워낙 밀린 현안이 많았다는 얘기다. 업무보고는 점심시간에도 계속됐다. 신 회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롯데월드타워 지하 2층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신 회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평소에도 주간회의 뒤 직원식당을 찾곤 했다.
신 회장은 오후에는 롯데지주 주요 임원에게 상세보고를 받았다. 이봉철 재무혁신실장, 윤종민 HR혁신실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 임병연 가치경영실장 등이 참석했다. 롯데의 한 임원은 “8개월 만의 경영 복귀인데도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자금 흐름·투자계획 이행 방안 등을 중점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번주 내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화학 유통 식품 서비스 등 4개 부문 BU장과 별도 미팅이 잡혔다. 조만간 일본으로 출국해 가족들을 만나고 일본 주주, 경영진과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될 전망이다.
◆M&A 재점검 나서
롯데는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올해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신 회장의 경영 공백 탓이었다. 신 회장이 경영 복귀 일성으로 투자를 강조한 만큼 롯데가 조만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올해 검토 중인 인수합병(M&A)만 10건에 이른다. 금액으론 11조원이 넘는다. 국내에선 유통·식품·서비스 분야 기업이 주된 대상이다. 해외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에서 화학·관광 관련 기업 매물을 찾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이들 매물을 다시 검토한 뒤 신 회장에게 보고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2016년 경영비리 검찰 수사로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 인수를 중도에 접은 경험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며 “M&A는 속도가 생명인데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해외 투자 건도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네시아 복합화학단지 건설이 대표적이다. 총 4조원 규모인 이 투자계획은 작년 토지 사용권 확보 이후에 진전된 사안이 없다. 베트남 호찌민 ‘에코스마트시티’ 건설 계획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약 5만㎡ 부지에 1조1700억원을 들여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아파트 등을 짓는 대규모 복합단지 프로젝트다. 또 베트남 하노이에 7200억원을 투자해 짓기로 한 ‘롯데몰 하노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