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카미유 피사로 '빨래를 너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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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인상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는 젊은 시절 파리 에콜 데 보자르와 스위스 아카데미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다. 스위스 아카데미에서 클로드 모네, 아르망 기요맹, 폴 세잔을 만난 그는 초기에 풍경화를 주로 그려 소설가 에밀 졸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1860년대에 파리 최대 공모전 ‘살롱전’에 출품해 화단에 이름을 알린 그는 인상파 특유의 기법을 바탕으로 모네보다 한층 구성적인 면에 특색을 보였다. 1850년대 중반에는 시슬레의 점묘법(點描法)에 끌려 밝고 몽환적인 작품에 빠졌다.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빨래를 너는 여인’은 점묘기법을 활용한 가장 탁월한 걸작으로 꼽힌다. 평범한 여인이 잔디밭에 앉아 있는 딸을 바라보며 빨래를 너는 모습을 포착했다. 여인에게 가을 빛의 영롱한 색을 입혀 작품 분위기를 거의 성화에 가깝게 묘사했다. 윤곽이 흐릿한 인물과 점묘로 이뤄진 몽롱한 채색은 마치 꿈속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짤막하면서도 약간 휘어진 곡선 모양으로 붓놀림을 하고, 가끔은 십자 형태로 교차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색을 칠했다. 눈병으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피사로가 창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