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글날'부터 훈민정음 상주본까지 … 당신이 알아야 할 572돌 한글날

지난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리허설에서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낸 외솔 최현배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뮤지컬 '외솔' 리허설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대면한다는 의미에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한 차례씩 넘나들 땐 프레스센터에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수많은 언론들은 이 4·27 남북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군사분계선 말고도 도보다리 회담을 꼽았다. 두 정상은 파란색 도보자리에서 통역을 비롯한 아무 배석자없이 1대1 회담을 나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같은 언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같은 사고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한글날을 맞이해 북한의 한글날을 비롯한 한글날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 북한에도 한글날이 있을까?
9일은 한글창제 572주년을 맞는 한글날이다. 남한에서는 1446년 음력 9월10일 훈민정음 반포일을 기준으로 삼아 매년 10월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같은 한글을 쓰고 있지만 북한의 한글날은 10월 9일이 아닌 1월 15일이다. 명칭 또한 '한글날'이 아닌 '조선글날'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된 이유는 남한은 훈민정음 반포일을 한글날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북한은 창제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한글날이 처음 생긴 1926년, 조선어학회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훈민정음 반포일인 음력 9월 29일을 한글날로 정했다. 당시 한글날은 '가갸날'이라 불렸다. 하지만 음력에 맞추다보니 매년 날짜가 달라지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선어학회는 1934년, 훈민정음 반포일을 양력으로 전환해 10월28일로 고정시켰다.

그런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돼 훈민정음 반포일이 음력 9월 29일이 아니라 9월 10일인 것으로 밝혀지자 한글날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같은 이유로 한글날은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전환한 10월 9일로 바뀌게 됐다.

▲ 한글을 이야기하고 한글을 노래하다
사진=SBS '뿌리 깊은 나무' 방송화면 캡처
한글은 그 탄생 과정부터가 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뮤지컬이나 문학 작품,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청자들에게 한글을 주제로 한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지난 2011년에 방송된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꼽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조선 세종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자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이정명 작가의 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이며 제목인 '뿌리깊은 나무'는 용비어천가 2장 첫 구절인 '불휘기픈남간'에서 따온 것으로 한글 창제를 대표하는 말이다.

극 중 세종 이도는 한석규가 맡았다. 기존 드라만에서 보여줬던 근엄하고 위대했던 세종의 모습과 다르게 욕을 하고 똥지게를 짊어진 파격적인 면모를 보여줘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에 제작진의 노력이 더해져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한석규는 그 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으며 드라마는 '백상예술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KBS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브가 대중 문화예술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수 많은 가요가 해외에 전파됐고 자연스럽게 외국인인들에게 가요가 전달됐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가요를 따라부르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다른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들이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 가요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는 건 색다른 기분을 선사한다. 그 중에서도 그렉 프리스터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인은 우리의 가요를 맞깔 나게 노래해 유튜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이런 기세를 몰아 지난 6월 2일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외국인 스타' 특집에서 이선희의 'J에게'로 최종 우승을 차지해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날 방송에서는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우리의 고전 명곡으로 기량을 뽐냈으며 시청자들은 외국인들이 우리 말로 노래를 불러 감동적이었다는 소감을 온라인에 잇달라 올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공연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떼창을 부르는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서도 아이콘 축하 가수로 참석해 인도네시아 현지 팬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세종대왕이 살아있었다면 흐뭇해 할 만한 명장면이다.

▲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싼 진통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역사문화관에 전시된 훈민정음 복제품.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글을 둘러싼 안타까운 일도 있다.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과 관련된 논란이다. 조선 세종 때인 1446년 출간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은 서울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하지만 이 해례본의 또 다른 판본이 경북 상주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를 간송미술관에 있는 '간송본'과 구별하기 위해 '상주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55)는 문화재청과 법적 다툼을 이어가며 상주본의 실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황천모 상주시장이 배 씨를 만나 설득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상주본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08년이다. 배 씨가 한 방송국을 통해 상주본을 갖고 있다고 알리면서다.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2012년 사망)씨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기나긴 공방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다고 판결했지만 배 씨는 상주본 인도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2014년 대법원 무혐의 판결)되기도 했다.

조 씨는 사망하기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 씨에게 상주본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배씨가 상주본이 어디에 있는지 밝히지 않아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훼손과 분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되찾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경북도·상주시·검찰 등과 함께 별도의 협의체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뒤에야 강제회수 등의 절차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법원의 판단과는 별도로 배씨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사태 해결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배 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상주본은 원래 우리 집에 있던 것이다. 내가 조씨에게서 상주본을 훔친 것이 아니니 애초 소유권이 그에게 있지 않았다.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판결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모든 범죄 행위가 밝혀지고 나서 소유권이 정리된 후에 타당한 해결 방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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