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야, 정치력 실종…선거제 개편·정치개혁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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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 속 정개특위 인선·선거구획정위원 위촉 시한 모두 넘겨
선거제도 개편 '공염불' 우려…입법부가 스스로 법 어긴다는 비판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정치력 부재를 보이며 힘겨루기만 거듭해 결국 여야 모두 정치개혁 과제로 공언한 선거제 개편은 첫발도 떼지 못한 채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여야가 법정 정개특위 인선 시한과 선거구획정위원 위촉 시한을 모두 넘겨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가 오히려 법을 어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8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했으나 또다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의 협상 결과 역시 결렬이었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 공히, 정개특위를 포함한 6개 특위 구성을 함께 합의해야 한다는 '패키지 처리' 원칙에 공감대를 이뤄 최종 합의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두 당은 모두 협상이 애초 패키지로 진행된 만큼 추가 협의도 패키지로 이뤄져야 하고 특정 특위만 먼저 출범시켰다가는 나머지 특위의 출범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그러나 핵심인 정개특위 구성부터가 쉽지 않아 꼬인 실타래를 푸는 방도가 마땅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여야는 지난 7월 10일 정개특위 등 6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할 때 정개특위는 '민주 9명·한국 6명·바른미래 2명·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정의) 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데 맞물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손잡은 평화와정의가 교섭단체 지위를 잃자 상황이 복잡해졌다.굳이 평화와정의에 한자리를 줄 필요가 없어진 거다.
여야는 이 과정에서 지난한 협상을 통해 '민주 8명·한국 6명·바른미래 2명·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가운데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1명으로는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들어가기로 한 만큼 남은 비교섭단체 1명을 누가 추천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자당 소속 위원을 9명에서 8명으로 양보한 만큼 나머지 한자리는 민주당이 추천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심상정 의원이 진보 성향인 만큼 한국당이 나머지 1명의 교섭단체 의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할 사법개혁특위 구성도 쟁점이다.
여야는 사개특위를 '민주 8명·한국 6명·바른미래 2명·비교섭단체 2명'으로 꾸리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 2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2명 중 1명은 지난 7월 여야가 합의한 대로 평화당 의원이 들어가야 하고, 다른 한 명은 민주당이 추천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8:6:2:2'로 가되 '범진보 9명·범보수 9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이 1명, 한국당이 1명을 각각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남북경제협력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남북경협특위 역시 사개특위나 정개특위와 마찬가지로 입법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은 당초 합의 사항과 다르다며 절대 불가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국회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시점도 여야가 시급히 풀어야 할 사안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는 이미 정개특위 소속 위원 인선 시한을 두 달 반이나 넘긴 채 지루한 줄다리기만 지속하고 있다.
국회법 제48조4항에 따르면 특위 소속 위원 선임은 특위 구성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해야 한다.
정개특위 구성결의안은 7월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니, 법정 시한을 넘겨도 한참 넘겼다.
무엇보다 여야가 당리당략 속에서 정쟁을 계속하는 사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결국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 21대 총선 전까지 선거제가 개편되기는 되는 건지 누구도 알 길이 없다.
21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공직선거법 제24조는 국회의 소관 상임위나 특위는 국회의원 선거일 전 18개월의 열흘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선거구획정위원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선관위는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선거구획정위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2020년 4월 15일이 21대 총선일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2018년 10월 5일까지 선관위원장에게 선거구획정위원을 통보하고, 10월15일부터 선거구획정위가 가동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소관 특위인 정개특위가 구성되지 않아 선거구획정위원 위촉은 이미 정해진 시한을 넘겼고, 기한 내 선거구획정위 출범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가장 이유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기 때문"이라며 "정쟁 위주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낼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선거제도 개편 '공염불' 우려…입법부가 스스로 법 어긴다는 비판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정치력 부재를 보이며 힘겨루기만 거듭해 결국 여야 모두 정치개혁 과제로 공언한 선거제 개편은 첫발도 떼지 못한 채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여야가 법정 정개특위 인선 시한과 선거구획정위원 위촉 시한을 모두 넘겨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가 오히려 법을 어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8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했으나 또다시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의 협상 결과 역시 결렬이었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 공히, 정개특위를 포함한 6개 특위 구성을 함께 합의해야 한다는 '패키지 처리' 원칙에 공감대를 이뤄 최종 합의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두 당은 모두 협상이 애초 패키지로 진행된 만큼 추가 협의도 패키지로 이뤄져야 하고 특정 특위만 먼저 출범시켰다가는 나머지 특위의 출범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그러나 핵심인 정개특위 구성부터가 쉽지 않아 꼬인 실타래를 푸는 방도가 마땅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여야는 지난 7월 10일 정개특위 등 6개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할 때 정개특위는 '민주 9명·한국 6명·바른미래 2명·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정의) 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데 맞물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손잡은 평화와정의가 교섭단체 지위를 잃자 상황이 복잡해졌다.굳이 평화와정의에 한자리를 줄 필요가 없어진 거다.
여야는 이 과정에서 지난한 협상을 통해 '민주 8명·한국 6명·바른미래 2명·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가운데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 1명으로는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들어가기로 한 만큼 남은 비교섭단체 1명을 누가 추천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자당 소속 위원을 9명에서 8명으로 양보한 만큼 나머지 한자리는 민주당이 추천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심상정 의원이 진보 성향인 만큼 한국당이 나머지 1명의 교섭단체 의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할 사법개혁특위 구성도 쟁점이다.
여야는 사개특위를 '민주 8명·한국 6명·바른미래 2명·비교섭단체 2명'으로 꾸리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 2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2명 중 1명은 지난 7월 여야가 합의한 대로 평화당 의원이 들어가야 하고, 다른 한 명은 민주당이 추천한 비교섭단체 의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8:6:2:2'로 가되 '범진보 9명·범보수 9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이 1명, 한국당이 1명을 각각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남북경제협력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남북경협특위 역시 사개특위나 정개특위와 마찬가지로 입법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은 당초 합의 사항과 다르다며 절대 불가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국회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시점도 여야가 시급히 풀어야 할 사안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는 이미 정개특위 소속 위원 인선 시한을 두 달 반이나 넘긴 채 지루한 줄다리기만 지속하고 있다.
국회법 제48조4항에 따르면 특위 소속 위원 선임은 특위 구성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해야 한다.
정개특위 구성결의안은 7월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니, 법정 시한을 넘겨도 한참 넘겼다.
무엇보다 여야가 당리당략 속에서 정쟁을 계속하는 사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결국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 21대 총선 전까지 선거제가 개편되기는 되는 건지 누구도 알 길이 없다.
21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공직선거법 제24조는 국회의 소관 상임위나 특위는 국회의원 선거일 전 18개월의 열흘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선거구획정위원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선관위는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선거구획정위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2020년 4월 15일이 21대 총선일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2018년 10월 5일까지 선관위원장에게 선거구획정위원을 통보하고, 10월15일부터 선거구획정위가 가동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소관 특위인 정개특위가 구성되지 않아 선거구획정위원 위촉은 이미 정해진 시한을 넘겼고, 기한 내 선거구획정위 출범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가장 이유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기 때문"이라며 "정쟁 위주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낼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