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美재무부-韓정부, '불공정 환율개입 않겠다' 양해"

지난달 백악관 배포 한미FTA 팩트시트…'FTA 外 양해'로 명기
기재부 "IMF 합의의 연장선상"…NYT "부수합의 유무에 美관리들 함구"
한미 양국이 지난달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때 한국이 불공정한 환율개입을 하지 않는다는데 서로 '양해'(understanding)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이는 서명 당시 국내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안으로, 양국 정부가 '양해'한 정확한 내용과 의미에 대한 당국 차원의 공식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달 2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때 배포한 팩트시트(Fact Shee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한국 정부와 환율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양해를 했다.

백악관은 한미 FTA의 틀 밖에서 미국 재무부와 한국 정부가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와 불공정하게 경쟁우위를 부여하는 관행을 피하도록 하는 양해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그러면서 해당 양해에는 환율 관행, 확고한 투명성, 외환시장 개입 통보에 대한 강력한 확약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양해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품이 공정하게 취급받고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불공정한 통화정책 관행을 일삼지 못하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합의 취지를 설명했다.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불공정한 환율 개입은 당연히 피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주요 20개국(G20) 차원의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맥시코, 캐나다와 맺은 FTA 협정문을 거론하며 "미국은 이들 국가를 상대로 시시콜콜 경쟁우위를 위한 환율절하를 못하도록 하고, 개입 즉시 상대방에 통보하도록 하며, 1년에 한번씩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는 FTA내에서 환율협의는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지켜냈고, 대신 미국 재무부와 환율보고서와 관련한 협의 측면에서 원론적인 양해를 하기로 한 것"이라며 "따로 관련한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이 같은 양해의 정확한 내용과 의미를 놓고 미국 일부 언론은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 같은 양해가 어떤 조항으로 구성됐는지, 서면으로 작성됐는지 등에 응답하지 않았다.

재무부 관리들은 한미 FTA에 부수적인 합의가 존재하는지 답변하지 않은 채 한국과 환율을 주제로 협상하는 상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한 재무부 대변인은 '약속된 환율 조항들'에 관한 NYT의 질문에 "재무부와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거시경제, 환율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우려를 논의하기 위해 자주 회동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환율개입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개시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최근 발표를 환영한다"며 "양국은 계속해서 시장지향적인 환율을 유지하고 환율조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외환 정책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외환 당국의 외환 순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바 있다.

그간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무역을 둘러싸고 이익을 얻으려는 외환시장 개입 논란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대폭 개정, 사실상 새로운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타결하면서 환율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USMCA는 협정국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삼가고 외환시장 개입 명세를 매달 공개하고 개입할 경우 즉시 상대 협정국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무역협상 때 USMCA를 모델로 삼아 상대국들의 환율개입을 제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으로부터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들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무역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