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고성능차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현대차 체코공장

올해로 가동 10주년…일자리·세금 등으로 체코 국가경제에 기여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약 290㎞ 떨어진 노소비체에는 현대자동차의 체코생산법인(HMMC)이 있다.5일(현지시간) 프라하에서 기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공장의 차체 생산라인에선 사람 키보다 더 큰 로봇 팔 수십 대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좌우로 늘어선 채 빠르고도 정교하게 움직이며 차체에 용접을 하고 있었다.

체코공장은 현대차의 전 세계 생산기지 중 상대적으로 최근(2008년)에 완공돼 자동화율이 높다.

완성차 생산의 첫 단계인 프레스(철을 가공해 철판을 만드는 것) 작업부터 차체(차의 골격 조립)-도장-의장(엔진·변속기 등 각종 부품 조립) 공정까지의 전 과정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자족형 완성차 공장'이지만 의장 공장을 제외하곤 사람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이 공장은 5천400t 규모의 프레스기와 패널 자동적재 시스템을 갖췄고, 용접 로봇 367대를 구비해 차체 공정을 완전 자동화했다.
그럼에도 전체 직원 3천207명 중 40명의 현대차 주재원을 제외한 생산직 2천726명과 일반직 441명을 대부분 현지인으로 채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양동환 현대차 체코생산법인장(전무)은 "공장 설립 과정에서 환경 오염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주민들 사이에 많았다"며 "하지만 양산 10주년을 앞둔 지금, 체코공장은 인근 주민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지역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현대차 체코공장은 체코에서 일곱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이다.

체코공장은 200만㎡의 부지에 프레스부터 의장을 담당하는 공장은 물론, 변속기 공장, 부품·물류창고, 출하검사장 등 총 건평 약 27만㎡의 규모로 운영된다.

다음 달이면 가동 10주년을 맞는 현대차 체코공장은 이제 유럽 변방의 자동차 공장에서 고성능차 생산의 전진기지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현대차가 고성능차 시장 공략을 위해 작년 하반기 출시한 'i30 N'이 바로 이곳에서 제작돼 유럽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체코공장 의장 공장에는 모두 2개 생산라인이 있는데 i30 N은 이곳에서 i30, i30 왜건, i30 패스트백, 소형 다목적차(MPV) ix20,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과 함께 혼류생산(한 개 생산라인에서 2개 이상의 제품을 동시에 만드는 시스템)되고 있다.

체코공장은 2008년 가동 이래 올해 8월까지 275만 대를 누적 생산했다.

가동 5년 만인 2013년 누적 100만 대를 넘긴 데 이어 2016년 6월 200만 대를 넘겼고, 다시 내년 4∼5월이면 3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공장의 안정적인 일감을 뒷받침하는 일등공신은 2015년 양산에 들어간 신형 투싼이다.

체코공장 가동 이래 단일 차종 최초로 20만 대 생산을 넘긴 것도 투싼이었다.

이 같은 투싼의 인기 덕분에 체코공장의 가동률은 2015년 100%를 넘어섰고, 작년의 경우 생산능력(연간 33만대)을 훌쩍 넘긴 35만6천700대를 만들며 가동률 108.1%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의 해외공장 중 러시아·터키공장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가동률이다.

자동차 공장 효율성의 지표로 여겨지는 시간당 생산대수(UHP) 역시 66대로 높아 경쟁력을 확보했다.

체코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작년 말 기준으로 유럽 27개국을 포함해 세계 63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체코공장은 또 서유럽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유럽 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6년 유럽에서 판매대수 50만 대를 돌파하는 데 구심점이 된 것이다.

특히 작년 9월부터는 고성능 N의 첫 모델인 i30 N의 양산을 시작하며 고성능차 생산기지도 담당하고 있다.

N 모델의 품질 관리를 위해 체코공장에서는 고성능차 전문 주행검사원을 선발해 모든 i30 N 차량에 대해 주행검사를 하고 있다.
일반차는 주행검사를 한 번만 하지만 i30 N은 일반 주행검사 뒤 고속주행 성능과 조향 안정성 능의 고성능 주행검사 과정을 추가로 거친다.

또 i30 N의 섀시 부품은 설계기준에 맞는지 전수 검사한 뒤 차량에 장착하고 있다.

체코공장에서 생산된 i30 N은 세계 31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주문이 몰리면서 차를 인도받으려면 평균 3개월,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양 법인장은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i30 N은 직원들이 장인정신을 발휘해 점검에 점검을 하며 '명품 고성능차'가 되도록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공장은 11월부터 최근 '파리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i30 패스트백 N'의 양산을 개시한다.

고성능 N 모델의 라인업 확장을 통해 고성능차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체코의 3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생산에서는 체코의 완성차업체인 '스코다'(지난해 85만8천대 생산)에 이어 2위이고, 판매에서는 스코다(시장 점유율 31%)와 폭스바겐(10%)에 이어 3위(8%)다.양 법인장은 "체코공장은 현재 유럽 전략차종, 그리고 고성능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차 도입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