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시장에 봉제인·디자이너 '협업 패션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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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봉제協·숙명여대 협력서울 서계동·청파동·만리동에 걸쳐 있는 만리재길에는 2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있다. 가옥과 작은 건물에 서너 명이 일하는 가내수공업형 업체들이다. 아침에 주문을 받아 오후 8시께 옷을 납품한다. 이 업체들이 제작한 완성품들이 모여 동대문으로 팔려나가는 곳이 만리시장이다. 만리시장이 생긴 지도 50여 년째다. 그런 만큼 시대가 바뀌어 시설이 낡은 데다 후계자들도 맥이 끊기면서 쇠퇴했다.
일·학습 동시 개방형 실습공간
서북 패션센터와 중복 논란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는 만리시장 2층을 리모델링한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사진)를 10일 개소한다고 9일 밝혔다. 코워킹팩토리는 초보 봉제인들이 일하면서 숙련 기술을 익히는 ‘봉제공장’과 예비 패션창업가들이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실습을 하는 ‘패션메이커스페이스’로 구성된다. 이제 막 기술을 익힌 초보 봉제인들이 봉제공장에서 연습하고, 패션메이커스페이스에서 패션 디자이너와 협력해 신상품을 만들어내는 식이다.5억여원을 투자한 한국봉제패션협회와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각각 봉제공장과 패션메이커스페이스의 관리·운영을 맡는다. 서울시는 임차보증금과 임차료, 리모델링 비용 등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부지매입 방식이 아니라 노후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임차해 예산을 절감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초급 봉제인들이 일하면서 숙련 봉제인으로 성장하는 상생형 공장”이라며 “도심산업 활성화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30억여원을 들여 지난 8월 인근 만리재에 조성한 서북권 패션지원센터와 중복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존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 조성한 패션지원센터는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와 마찬가지로 봉제인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교육공간과 디자이너-숙련 봉제인 간 협업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의류 제작을 위한 전문장비도 구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작성된 서북권 패션지원센터 조성 및 활용계획에는 지역 봉제인력 양성과 봉제업체 일감 연계가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서울시 관계자는 “서계동 코워킹팩토리는 도시재생사업인 반면 패션지원센터는 봉제산업 진흥을 위한 공간”이라며 “다소 기능이 겹치더라도 시설 하나가 더 있는 것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