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리는 신흥국…파키스탄, 결국 IMF에 'SOS'

신흥국 올 성장률 4.9→4.7%

파키스탄 부채·재정적자 심화
120억弗 이상 구제금융 필요

자금 유출·통화 급락 이어져
아르헨·터키 등 위기 갈수록 확산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신흥국이 줄줄이 통화위기를 겪은 가운데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가기로 결정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MF는 이날 신흥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7%로, 내년 전망을 5.1%에서 4.7%로 내려 잡았다.

아사드 우마르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오는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하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재정·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진 데다 발전소, 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하느라 막대한 부채를 안았다. 지난 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파키스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6.6%로 목표치(4.1%)보다 2.5%포인트 높았다. 매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만기 도래 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를 고려할 때 파키스탄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120억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키스탄의 지난 9월 말 외환보유액은 84억달러로 1년 전(139억달러)보다 40% 줄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달러·루피아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5월 이후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럼에도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신흥국은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이 늘고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5월 페소화 가치 급락을 감당하지 못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앞으로 3년간 500억달러의 대기성 차관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70억달러를 추가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도 8월 올초 대비 66%까지 떨어지면서 외환위기 우려가 커졌다. 신흥국 주가를 반영하는 MSCI 신흥시장지수는 8일 올초 대비 14% 이상 하락해 17개월 만의 최저치인 995.50을 기록했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신흥국 통화가치는 이미 크게 하락한 상태”라며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가 신흥국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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