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교황-문 대통령, 18일 정오 면담"…파격적 의전

17일 오후에는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일반 정상과 달리 오전 아닌 정오에 개별면담…'각별한 배려'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직접 얼굴을 맞댄다.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정오에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이 개별 인사와의 면담 시간을 정오로 잡은 것은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면담 시간에서부터 문 대통령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각별한 배려가 드러난다는 것이 이곳 외교가의 해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반적으로 국가 정상들이 교황청을 방문하면, 오전 9시 반을 전후해 면담 일정을 잡는다.

작년 5월 교황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오전 일찍 교황을 알현했고, 면담 시간은 30분 정도에 그쳤다.

더군다나 3∼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교황청의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지난 3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까닭에, 교황은 현재 즉위 이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터다.이번 면담 시간을 둘러싼 파격에는 한국 가톨릭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교황이 지니고 있는 호의와 신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즉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지로 2014년 8월 한국을 찾은 것을 비롯해 평소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전파된 한국 천주교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종종 하는 등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한편, 교황과 문 대통령이 따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차 내한했을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이 다른 가톨릭 국회의원들과 함께 교황이 집전한 시복 미사에 참석해 교황을 대면한 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작년 5월, 교황청에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특사로 파견해 교황에게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던 한반도의 긴장 해소, 평화 구축을 위한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때 교황에게 보낸 친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에 한국을 찾았을 때 낮은 자세로 소외된 사람들과 약자들을 위로하고 성원한 것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새 정부의 앞으로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기도와 지지를 부탁했다.

교황 역시 김희중 대주교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하며,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묵주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교황과 문 대통령의 면담 하루 전인 오는 17일 오후 6시에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주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진행된다고 교황청은 아울러 밝혔다.

교황청의 중심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개별 국가의 평화를 주제로 한 미사가 열리는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알려졌다.

또한, 교황에 이어 교황청 '넘버 2'인 파롤린 국무원장이 주교 시노드 기간임에도 미사를 집전하는 것 역시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미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교황청 외교단과 재이탈리아 교민들이 참석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남북 화해를 위해 기원할 예정이다.한국 가톨릭을 대표해 주교 시노드에 참석 중인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 정순택 주교(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등 한국 천주교회의 주교 3명도 자리를 함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