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과 평화로움이 교차한다…스위스 융프라우 지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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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 – 융프라우 여행의 시발점쉽게 카메라를 들 수 없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명소인 융프라우 지역. 셔터음으로 깨뜨리기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거대하게 솟은 산, 그 아래 펼쳐진 푸른 초원, 스위스 특유의 목조 오두막집,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 모든 것이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절묘한 조화를 이룬 장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정신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 사진을 찍었다. 찰칵찰칵. 쉬이 손이 멈추지 않는다. 잠시 후, 융프라우 지역의 고봉들이 구름에 가려졌다. 마치 수줍어하는 듯한 모습. 독일어로 ‘젊은 처녀’를 뜻하는 융프라우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하더 쿨룸 – 장엄한 절경을 마주하는 곳
휘르스트 - 알프스에서 신나는 놀이기구를
툰 호수 크루즈 – 잔잔한 호수를 유람하다
◆인터라켄 - 융프라우 지역의 관문 스위스의 필수 관광지인 융프라우 여행은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시작된다. 융프라우 지역의 주요 도시인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 융프라우요흐, 휘르스트 등으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이 인터라켄이다. 지리상 툰(Thun) 호수와 브리엔츠(Brienz) 호수 사이에 있어서 ‘호수 사이’라는 뜻의 인터라켄으로 불리게 됐다. 단순히 지나가는 곳으로 여기기엔 즐길 것이 상당히 많다. 각종 레스토랑, 호텔, 상점, 펍, 카페는 물론 카지노까지 있어서 둘러만 봐도 신바람이 난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가롭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에메랄드빛 아레강의 물결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느릿느릿하다. 노을 지는 회에마떼(Hohematte) 공원을 터벅대며 지나가는 마차가 무척 이채롭다. 공원 건너편 펍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평온함이 가득하다.
시내의 주요 역은 서역(Interlaken West)과 동역(Interlaken Ost) 두 곳으로 나뉜다. 역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역은 외부 도시와 연결되며, 각종 호텔과 상점이 모여 있는 번화한 곳이다. 동역은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모든 열차의 시작점이지만 서역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숙소 선택 시 편의시설과 나이트 라이프를 중시한다면 서역 주변으로, 알프스 여행을 위주로 여행한다면 동역 주변으로 정하는 것이 편하다. ◆하더 쿨룸 – 인터라켄 최고의 전망대인터라켄을 한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정답은 인터라켄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하더 쿨룸(Harder Kulm)이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가까운 곳에 해발 1322m의 하더 쿨룸으로 향하는 붉은 색 푸니쿨라(Funicular)가 다닌다. 밧줄의 힘으로 궤도를 오르내리는 푸니쿨라는 타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탑승 후 10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다.
정상의 역에 도착해 5분 정도 걸으면 빨간 지붕을 얹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의 야외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인터라켄의 풍경은 놀랍기만 하다. 해발 4000m급의 눈 덮인 영봉들이 병풍처럼 시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투 레이크스 브릿지(Two Lakes Bridge)다. 절벽 쪽으로 튀어나온 전망대인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며, 바닥 일부가 유리로 이뤄져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서면 알프스 고봉을 비롯해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 은은한 빛깔의 아레강, 하늘을 떠다니는 패러글라이딩 등을 볼 수 있다. ‘인증샷’의 명소라서 곳곳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런 절경을 두고 바로 내려가기엔 좀 아쉬운 노릇. 레스토랑에서 스위스 음식과 와인을 곁들여본다.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천상의 정찬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밤이 되자 인터라켄 시내의 야경이 펼쳐졌다. 도시에 황금색 자수를 얹은 듯한 모습. 세계적인 야경 명소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장면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휘르스트 – 짜릿한 야외 놀이기구가 즐비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로 연결되는 휘르스트(First)는 알프스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휘르스트 플라이어, 휘르스트 글라이더, 백점프, 클리프워크, 마운틴카트, 트로티바이크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여행객을 유혹한다. 휘르스트 글라이더(First Glider)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설현이 체험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 화제를 모은 놀이기구다. 슈렉펠트(1955m)에서 탑승해 휘르스트(2168m)까지 시속 72㎞ 속도로 올라간 뒤 800m 길이의 내리막 코스를 최대 83㎞ 속도로 내달린다.
독수리 모양의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명. 안전장비를 갖추고 기구에 탈 때는 여유가 넘친다. 그러나 올라갈 때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한 높이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저절로 턱이 덜덜 떨릴 만한 순간. 벌써 ‘괜히 탔다’는 후회를 해보지만 때는 늦었으니 그냥 즐길 수밖에. 다행인 것은 내려올 때가 덜 무섭다는 것. 속도감을 즐기면서 주위를 둘러싼 대자연을 향해 내리꽂는 듯한 기분에 온몸은 상쾌함으로 젖는다.이와 달리 휘르스트 플라이어(First Flyer)는 휘르스트에서 슈렉펠트까지 내려오는 한 방향 구간만 즐길 수 있다. 허공에 매달려 소리를 지르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휘르스트 역 주변에서도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돼 있다. 백점프(Bagjump)는 가로세로 15m 길이, 3.5m 두께의 에어 쿠션으로 점프하는 놀이기구다. 블롭점프와 달리 낙하 후 튕겨 오르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빠져드는 것이 차이점이다. 2015년에 개장한 휘르스트 클리프 워크(First Cliff Walk)도 이곳의 명물로 꼽힌다. 산의 절벽 쪽에 세운 좁은 금속 다리 위를 걷는 것인데, 말이 절벽 산책이지 사실 벼랑 끝을 걷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해지는 울림은 공포심을 더욱 크게 만든다. 하지만 주변을 감싼 고산, 계곡과 목초지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덧 무서움이 사라진다. 높이가 걱정되는 사람들도 처음 몇 발자욱만 떼면 금방 적응하는 모습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 마련된 절벽 바깥으로 뻗은 다리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다. 휘르스트 마운틴 카트(First Mountain Cart)는 작은 카트를 타고 슈렉펠트에서 보어트(Bort)까지 약 3㎞ 길이의 도로를 내려오는 것이다. 장난감 같은 카트는 낮고 튼튼하며 유압식 브레이크도 장착돼 있다. 폭이 넓은 타이어를 사용해서 노면의 충격도 완화해준다. 내리막길에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빠른 속도감은 하이라이트. 눈앞을 가로막은 듯 높이 솟은 산과 길 주변을 서성대는 소들을 만나며 내려오는 길은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하다.
◆툰 호수 크루즈 – 선상에서 잊을 수 없는 노을을 스위스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환상적인 노을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 어떨까? 로맨틱한 여행을 원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리라.
인터라켄 서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항구에서 툰 호수(Lake Thun)를 도는 크루즈 선에 탈 수 있다. 일몰 시각에 맞춰 운행되는 선셋크루즈의 경우 오후 6시 10분에 인터라켄 서역을 출발해 툰 역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식사는 신선한 샐러드, 돼지고기 스테이크, 아이스크림 등 3가지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선상에서 바라보는 정경은 너무나 평화롭다. 느긋하게 식사와 주류를 즐기다 원할 때 바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그만. 잔잔한 호수, 아기자기한 마을, 붉게 물든 하늘의 조화는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덤으로 해가 지면 반짝이는 별도 볼 수 있으니 하루의 마무리로는 최고의 선택이라 할 만하다. ◆여행팁
융프라우요흐를 비롯해 주변 지역 곳곳을 자유로이 다니고 싶다면 융프라우 VIP 패스가 제격이다. VIP 패스는 융프라우 지역에서 2개 이상의 산을 등정하거나 하이킹 및 마을 이동 시 적합한 상품이다. 1일부터 6일까지 기간별로 고를 수 있고, 융프라우철도 전 노선 6개와 제휴 노선(멘리헨) 1개 열차와 곤돌라, 케이블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융프라우 VIP 3일 패스의 경우 스위스패스 대비 가격 할인율이 58%에 이른다. 필수 코스인 융프라우요호와 함께 몇 지역만 다녀와도 이익인 셈. 패스 소지자는 무료로 브리엔츠 호수나 툰 호수 유람선 왕복 여행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인터라켄 마을버스 무제한, 키르호퍼 쇼핑 할인, 플라잉 휠 자전거 대여 등의 혜택도 포함된다. 융프라우 지역에서 관광, 액티비티, 휴양을 한번에 즐기고 싶은 여행객들의 필수품.
스위스 인터라켄=김명상 한경텐아시아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