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수술실 CCTV 설치" vs 의사협회 "자율징계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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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무자격자 대리수술 사고지난 5월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원장 지시로 어깨 수술을 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과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수술받은 환자는 이후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척추 수술을 보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의사단체와 환자단체들은 잇따라 “무자격자 수술을 근절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의사·환자 “일벌백계” 한목소리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0일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유관학회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무자격자 대리 수술을 뿌리뽑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무자격자 대리 수술에 대한 내부자 고발을 확대하고 이를 묵인·방조하거나 종용하는 회원은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대응책엔 엇갈린 목소리
의료기 영업사원·조무사 등이
어깨수술 대신하다 환자 사망
정형·성형외과 등 '오더리' 성행
적발돼도 의사 징계 '솜방망이'
가장 큰 처벌이 자격정지 3개월
오더리(orderee)는 수술실에 들어가 의사 수술을 보조하는 진료 보조 인력을 지칭하는 의료계 은어다. 테크니션이라고도 부른다. 1~2년 정도 기술을 익혀 수술을 집도하는 남자 간호조무사나 일반인 등이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대신하기도 한다.
의사협회는 오더리 문제가 의사 면허 행위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의사 스스로 진료 및 수술 권한을 무자격자에게 전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안이 확대되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약사 금연 지도 등을 반대해온 의사협회의 목소리까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발 빠르게 견해 표명을 한 배경이다.소비자시민모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무면허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의 대리 수술과 수술 보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을 신경외과 수술 보조에 참여시킨 것이 오랜 관행일 개연성이 높다”며 “보건복지부가 신속히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서 꾸준히 논란
오더리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서울의 한 비뇨기과에서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이 발기부전 수술을 대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2016년에도 서울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이 의사 대신 수술을 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2014년에는 경남 김해의 한 병원장이 간호조무사에게 무릎절개, 수술 봉합 등을 하도록 지시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이 간호조무사가 맡은 수술만 800건이 넘었다. 성형외과나 외과 등에서도 오더리를 고용해 진료를 맡기는 사례도 있다.명백한 불법 의료 행위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전신마취를 한 뒤 수술 담당자를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환자가 알아채기 어렵다. 내부 고발자 등을 통해 수면에 드러나는 것이 전부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 결과조차 없다.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다. 의료계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기회사 직원에게 대리 수술을 시킨 의사가 받은 가장 큰 처벌은 자격정지 3개월이었다.
“수술실에 CCTV” vs “자율징계 강화”
오더리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의사와 환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 환자단체들은 “그동안 유령 수술·무면허 수술을 근절하기 위한 대응책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국회와 복지부는 묵묵부답”이라며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사 실명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반면 의사협회는 자율징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회장은 “환자 인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다해야 할 의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는 반대한다”며 “의사협회 산하에 면허를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기구를 마련하고 이곳에서 면허중지 결정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