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시아·美·유럽 기업과 '모빌리티 비즈니스 벨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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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기업이 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 투자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2년 설립된 그랩은 차량 호출을 통해 개인 차량을 택시처럼 제공하는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이다.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과 함께 세계 3대 차량공유 기업으로 동남아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등록 운전자만 230만 명에 달한다.
두 회사는 현대차의 친환경 차량을 활용해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랩과 현대차가 노하우와 데이터를 공유하면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그랩 서비스에 필요한 차량 중 일부를 공급할 예정이다.
8월에는 인도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레브에 투자해 인도 공유경제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2015년 인도에서 차량공유 사업을 시작한 레브는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인도 차량공유 시장은 현재 1만5000대 규모에서 2022년 15만 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현대차는 9월 미국에서 모빌리티 다중통합 서비스를 선보인 미고에 투자해 ‘아시아-유럽-미국’을 잇는 ‘모빌리티 비즈니스 벨트’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모빌리티 다중통합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차량공유 업체를 연결해준다. 사용자가 미고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다양한 공유 업체가 서비스 가격과 소요 시간을 제공해 사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 미고는 사용자에게 연결해준 차량공유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7월에는 이스라엘의 차량용 통신 반도체 설계기업 오토톡스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차량용 통신 칩셋(반도체 집적회로) 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다. 통신 칩셋은 차량 외부의 무선통신과 내부의 유선통신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장치다. 커넥티드카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이 원활하게 구현되도록 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오토톡스의 통신 칩셋 기술은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조성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체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돼 도시 전반의 효율화·지능화가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현대오트론 등 계열사를 협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그룹 차원의 미래차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 밖에 한국(메쉬코리아), 중국(임모터)의 단거리 물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해 물류사업 혁신에도 나섰다. 두 업체는 최근 물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라스트-마일’ 사업을 벌이고 있다. 라스트-마일은 마지막 1마일의 최종 구간이라는 뜻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물류 단계를 말한다. 단거리 배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38종현대·기아자동차는 현재 13종인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38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친환경차 시장 2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차 등 모든 종류의 친환경차를 양산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