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브렉시트 앞두고 분열 휩싸인 영국 정치권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브렉시트 다가오는데…
영국의 '탈EU전략' 갈팡질팡
'소프트 브렉시트' 밀어붙이는
메이 총리 내부 비판 시달려

'反유대' 코빈 노동당 대표의
섣부른 과세·재정지출 계획은
경제 망치고 분열 야기할 것

설득력 있고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지난 3일 영국 각 정당이 연례 전당대회를 마쳤다. 그들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밝았다. 여당인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은 비로소 영국의 미래 비전을 둘러싸고 화해하는 조짐을 보였고, 유권자를 더 이상 섀도복싱(가상의 상대를 놓고 혼자 하는 권투 연습)을 해야 하는 투표장으로 이끌지 않았다. 정치 담당 기자들은 각 당의 분열을 주로 보도하기 때문에 이런 화해 조짐은 즉각 소개하지 않을 것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전당대회 연설을 한 날 아침 내부 도전에 직면한 상태였다. 보수당 간부들로부터 불신임 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전날 연설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략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당보다 1주일 앞서 전당대회를 열었던 노동당은 영국 정부의 모호한 유럽연합(EU) 탈퇴 전략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외부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반(反)유대주의 성향과 신뢰할 수 없는 사회주의 경제정책 때문이다.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정책에는 반대한다. (코빈 대표는 2012년 유대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되는 런던의 한 벽화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비판받았다. 2016년에는 이스라엘 정부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7월엔 반유대주의의 정의를 당규에 명문화하자는 국제홀로코스트추모위원회(IHRA)의 제안을 노동당 집행위원회가 일부 거절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여론조사에서 코빈 대표 지지율은 노동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온다. 노동당 내 온건파는 코빈 대표가 당을 벼랑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내부 분열은 브렉시트 국면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7월 런던 근교의 총리 지방관저(체커스)에서 내각 합의를 이끌어낸 이른바 ‘체커스 계획’으로 ‘소프트 브렉시트’ 방침을 재확인했다. (EU와 상품 교역은 지금처럼 무관세로 자유롭게 하되 인력 이동만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계획이 그대로 EU 의회와 각국 정상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보수당 내 EU 잔류파와 탈퇴파 모두 불만을 갖고 있어 메이 총리가 타협할 여지는 크지 않다.

브렉시트에 관해 노동당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EU와 충돌할 어떤 협상에서도 확고부동한 반대를 넘어 거의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갈라진 노동당 온건파와 극좌파를 결집하는 효과는 낼 수 있지만, 제1 야당이 국가의 중대한 논쟁에서 무책임한 자세를 보인다는 비판을 낳을 것이다.이제 각 정당은 브렉시트가 무엇인지, 영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유권자에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코빈 대표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 평등한 사회에 대한 약속을 통해 유권자들을 잡으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메이 총리는 ‘애국심과 경제적 기회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당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고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가다듬지 못했다. 코빈 대표의 과세 및 재정지출 계획은 경제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이고, 그의 문화적 경직성과 반유대주의적 성향은 영국 사회에 깊은 분열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이 오랫동안 보여온 중도적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수당 정부는 최근 주택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보수당은 ‘한시적 연료세 인상’을 9년 연속 지속하면서 지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오늘날 유권자들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차적인 사항으로 생각한다. 전반적인 국가 정체성과 경제발전 전략을 더 중요하게 따진다.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선거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영국 보수당에 특히 중요한 일은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원제=Britain’s Emerging Choice

정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