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사내벤처 씨드랩서 '혁신 실험'

대한민국 대표기업이 뛴다
삼성SDS의 씨드랩 2기 종료 보고회에서 홍원표 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임원과 시험사업을 진행한 팀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SDS 제공
삼성SDS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장점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삼성SDS는 2016년 8월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씨드랩(XEED-LAB)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사내 벤처 통해 신사업 발굴

씨드랩은 다음 세대(next, beyond 등)를 의미하는 알파벳 X와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드(seed)의 합성어 ‘XEED’에 시제품과 고객 검증을 하는 ‘LAB’(실험실)을 합친 단어다. 기존의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설치한 조직이다. 이전에도 삼성SDS에는 사내 벤처가 있었다. 분사해 성공한 네이버(당시 네이버컴)와 보안업체 파수닷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원표 대표
삼성SDS 관계자는 “씨드랩에는 삼성SDS가 정보기술(IT)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엔진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씨드랩이 개발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약 한 달 동안 임직원들이 사업 아이템 등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접수 기간이 끝나면 사업·기술전문가로 구성된 사내 전문 심사단의 심사와 임직원 온라인 투표로 두 차례에 걸쳐 상위 10개 팀을 선정한다. 상위 10위에 뽑힌 팀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사내외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최종 3~5개 팀으로 좁혀진다. 이들은 6개월간 프로토타이핑(시험사업) 기회를 가진다. 이 단계부터는 팀별로 기획자, 개발자, 사용자·고객경험(UX·CX) 디자이너 등 전문가 7~10명을 추가로 투입해 기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 검증까지 한다. 사업성이 검증되면 사내 벤처, 스핀오프(분사)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삼성SDS 관계자는 “씨드랩에 참여한 직원들은 성공 여부를 떠나 그동안 경험한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한 문화를 대기업에 이식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도 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문화 이식2016년 진행된 씨드랩 1기에서는 4개 아이디어가 선정돼 시험 사업을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분석업체 차자줌이 사내 벤처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자줌은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며 필요한 영상을 찾을 필요 없이 검색어 입력만으로 원하는 장면을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TV 프로그램을 켜놓고 출연 배우 2명의 이름을 입력하면 2명이 함께 등장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차자줌을 이끌고 있는 장현주 수석(소사장)은 사내 벤처로 독립하기 전에 삼성SDS 영상분석사업팀에 근무했다. 장 수석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회사에서 마련해준 별도 공간에서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이 씨드랩의 최고 장점”이라며 “사내에서 우수 인력을 빠르게 선발해 자원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2017년 8월부터 진행된 씨드랩 2기에서는 AI 기반으로 계약서의 주요 조항을 검토해 법무 업무를 효율화하는 서비스, 챗봇을 다양한 메신저에 연결해 주는 서비스, 블록체인 관련 자격 증명 서비스, 딥러닝을 적용한 스타크래프트 AI봇 개발팀 등이 최종 선발돼 시험사업을 했다. 이 중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가공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판매하는 인스파일러팀은 사업화를 계획 중이다.

삼성SDS는 올해는 9월부터 씨드랩 3기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홍원표 삼성SDS 대표는 “씨드랩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시도”라며 “씨드랩을 통해 실패든 성공이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