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수주 5년 만에 최대…LNG船으로 '조선강국 부활'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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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12
대한민국 대표기업이 뛴다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2015년부터 이어진 ‘수주 절벽’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업계 선두주자답게 고부가가치 선박인 셔틀탱커(바다에서 생산한 원유나 가스를 육상으로 옮기는 선박)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세 조선사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4억달러어치(12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억달러(103척)에 비해 60% 증가했다. 2013년(139억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주액이다. 작년 전체 수주액(99억달러)은 이미 넘어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수주 목표 132억달러의 79%를 달성하면서 연간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수주 선박은 LNG선 16척, 액화석유가스(LPG)선 12척, 에탄운반선 3척 등이다. 모두 고부가가치 가스선이다. 이 밖에 수출입 물량을 운송하는 컨테이너선 47척과 탱커 47척 등을 수주했다. 최근 조선시황 회복세와 함께 선가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높은 가격에 계약함으로써 수익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LNG선은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43척 중 40%인 16척을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함으로써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LNG선 대규모 수주는 현대중공업의 앞선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친환경 선박의 핵심 기술인 L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시장 변화에 맞춰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LNG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NG선의 핵심 기술은 재액화기술과 재기화기술이다.
현대중공업은 가장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혼합냉매 완전 재액화시스템(SMR)’을 선보이고 있다. 이 시스템은 100%의 재액화율을 유지한 채 기존 단일냉매방식에 비해 소모 전력을 40% 이상 줄여 운항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단일냉매방식의 완전재액화설비가 탑재된 LNG선을 건조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혼합냉매방식의 완전 재액화설비가 탑재된 LNG선을 세계 최초로 인도하며 LNG 재액화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LNG 재기화기술은 최근 해상 LNG 기지로서 각광받고 있는 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FSRU)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이는 운송된 LNG를 액체에서 기체로 전환해 발전소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LNG 재기화기술은 직접가열방식에서 간접가열방식으로, 단일열매체방식에서 혼합열매체방식으로 발전해왔다.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세계 3대 LNG 행사인 ‘가스텍’에서 신개념 콤팩트 LNG 재기화시스템을 공개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혼합열매체방식을 적용해 프로판이나 글리콜을 열매체로 사용했던 기존 단일열매체방식에 비해 전력 소모량을 30% 이상 줄였다. 이 시스템을 탑재한 차세대 LNG-FSRU는 연간 운영비용을 최대 65만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재기화기술과 재액화기술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대형 유조선에 적용된 LNG 추진선박기술, 소형 LNG 벙커링선기술 등 LNG 기술의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해 선주사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선주사들의 LNG선 발주가 늘고 있는 만큼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