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면에 '눈 4개' 단 갤럭시 A9…삼성 "中, 중가폰도 넘보지마"

삼성, 말레이시아서 첫 공개

스마트폰 선두 수성 '승부수'

기본 화각·망원·광각·심도 렌즈
갤S·노트에도 없는 세계 첫 기술

中·인도·동남아 겨냥한 전략폰
고동진 사장 "비주얼 세대 공략"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 갤럭시 이벤트’에서 세계 최초로 후면 4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 A9’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뒷면에 카메라 4개를 넣은 스마트폰 ‘갤럭시 A9’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선두자리를 지키려고 꺼낸 승부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 프리미엄 시리즈인 갤럭시S·노트에도 없는 신기술을 보급형 A 시리즈에 먼저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 100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A 갤럭시 이벤트’를 열고 A9 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이 중가폰을 발표하는 글로벌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를 위해 최고의 카메라와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춘 A 시리즈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초로 후면 쿼드 카메라와 인텔리전트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A9은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순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을 놓치지 않는 ‘네 개의 눈’

스마트폰 후면에 ‘네 개의 눈’을 단 것은 갤럭시 A9이 처음이다. LG전자가 이달 말 내놓는 프리미엄폰 V40 씽큐는 전체 카메라가 5개지만 후면 렌즈는 3개다. 갤럭시 A9도 똑같이 카메라가 5개지만 전면이 1개, 후면이 4개다.뒷면 4개의 카메라는 기본 화각, 망원, 광각, 심도 4개로 나뉜다. 각 렌즈로 일상생활의 순간순간을 보고 느끼는 그대로 기록할 수 있다. 광학 2배 줌을 지원하는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를 탑재해 먼 거리에서도 피사체를 선명하게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사람의 시야각과 비슷한 화각 120도의 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는 풍경이나 많은 사람이 모인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하다. 2400만 화소 카메라와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를 이용하면 인물 촬영 후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보케(bokeh) 효과를 낼 수 있다. 표준 카메라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심도 카메라로 배경을 촬영해 합성하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9에 첫선을 보인 인공지능(AI) 기반 ‘인텔리전트 카메라’ 기능도 넣었다. 인물, 풍경, 음식 등 대상 장면을 자동으로 인식해 최적의 색감으로 촬영해준다. 사진 상태를 자동으로 감지해 “눈을 깜빡였어요” “사진이 흔들렸어요”와 같은 안내도 해준다.갤럭시 A9은 18.5 대 9 화면 비율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디자인에 6.3인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배터리 용량은 3800mAh다. 캐비어 블랙, 레모네이드 블루, 버블검 핑크 등 세 가지 색상으로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9을 다음달부터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70만원 안팎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인도, 동남아 시장 공략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적용한 갤럭시 A7도 공개했다.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처음으로 측면 지문인식 센서도 넣었다.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노트 시리즈에 지문인식, 삼성페이, 빅스비, 듀얼카메라 등 신기술을 적용하고 6개월~1년가량 지난 다음에 갤럭시A·갤럭시J 등 중저가 제품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폰을 앞세워 삼성의 점유율을 잠식하자 신기술을 먼저 도입한 중저가폰 전략으로 수정했다. 주요 공략 대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4%로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2위 화웨이(15.5%), 4위 샤오미(9.1%), 5위 오포(8.6%)까지 중국 업체 세 곳의 점유율을 합치면 삼성전자를 훌쩍 넘는다. 애플(11.8%)을 제치고 처음으로 2위에 오른 화웨이는 “내년 4분기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1% 밑으로 떨어졌고, 5년 이상 1위를 지키던 인도에서도 추격해온 샤오미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고 사장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노트9 공개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기술을 중저가폰에 먼저 넣기로 했다”며 “1~2개월 안에 그런 중가대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