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개선 긍정적…케미칼은 업황둔화 우려"

롯데 지배구조 개편 재개
롯데지주·케미칼 시장 반응은

지주, 케미칼 자회사 편입 후
주가 1%대↓…글로벌 조정 여파

그룹 최대 영업익 내는 케미칼 품어
롯데지주, 실적 업그레이드 전망
배당으로 안정적 수익창출도 가능

"케미칼 배당 수익률 5% 넘을 듯"
화학업황 정점 논란은 '부담'
신동빈 회장의 경영 복귀 후 재개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인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주가가 11일 동반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선 “주주가치 제고 등 측면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중·장기적으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에 긍정적”이란 호평이 나왔지만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증시 조정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전날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를 통해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신규 편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글로벌 조정에 빛바랜 지배구조 재료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600원(1.02%), 3500원(1.29%) 하락한 5만8300원과 26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4.44% 하락 마감한 가운데 롯데지주는 장 초반 3.23% 오른 6만800원, 롯데케미칼은 2.39% 뛴 27만8000원까지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 증시 조정폭이 커지자 버티지 못하고 내림세로 돌아서 두 종목 모두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외국인투자자는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을 각각 7억1000만원과 109억원, 기관투자가는 롯데지주를 2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은 롯데케미칼을 96억원어치 사들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호재를 만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이 갑자기 악화된 투자 심리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선 긍정적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쓸어담아 그룹 내 ‘효자’가 된 롯데케미칼을 품은 롯데지주는 실적·재무구조·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39.3%의 자기주식 중 10%를 소각하기로 한 주주환원책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화학업황 호조로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연평균 2조36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최근 수년간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신 회장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반영해 주당 배당금도 2016년 2500원→2017년 4000원→2018년 1만500원으로 확대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 30%를 가정한 롯데케미칼의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은 5.3%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 향배는 업황에 달려”일각에선 “롯데케미칼의 경우 본업인 화학업황 둔화가 고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글로벌 화학업계에는 ‘업황이 정점을 찍고 꺾이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재료 비용(유가) 급등에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대표적 화학제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제품 판매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가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 8월 t당 740달러였던 에틸렌 스프레드는 9월 649달러로 12.29% 감소했다.

에틸렌 등 정통 화학제품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이(異)업종으로 사업이 다각화된 라이벌 LG화학에 비해 업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제품마진 축소에 여수 생산설비 정기보수에 따른 기회 손실(300억원)까지 더해져 3분기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작년 동기보다 21.7% 감소한 549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정부의 부동산시장 관련 규제로 타격이 예상되는 비상장 계열사 롯데건설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 것도 롯데케미칼엔 부담이다. 롯데지주는 롯데건설의 손자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식 2032억원어치(지분율 8.43%)를 롯데케미칼에 전날 매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상반기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전체 매출(2조7903억원)에서 국내 공사(2조3237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83.27%에 달할 정도로 국내 사업 비중이 크다”며 “건설업황 둔화로 롯데건설이 타격을 받으면 건설 실적이 연결로 잡힐 롯데케미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