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우려 커진 中…해외투자 다시 규제

외환 관리 나선 중국

6개월 만에 외국업체 투자 제한
내국인 해외주식 투자도 규제
중국 정부가 외국 금융회사의 해외 투자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나섰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위안화 가치 약세 등으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자 외환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위안화 환율은 11일에도 오름세(가치 하락)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4% 오른 6.9098로 고시한 가운데 역내시장환율은 장중 6.93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달러당 7위안 선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금융당국이 적격국내유한책임투자자(QDLP) 제도 시행을 전격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QDLP는 쿼터 배정을 받은 해외 자산운용사가 중국에서 투자금을 모집해 해외 헤지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3년 도입했다가 2016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며 대규모 자본 이탈 사태가 빚어지자 시행 3년 만에 중단했고, 지난 3월 부활시킨 바 있다. 투자 한도액도 기존 20억달러에서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이후 JP모간자산운용이 5000만달러의 쿼터를 새로 배정받았고 애버딘스탠더드, BNP파리바, 알리안츠, 미래에셋 등도 비슷한 규모의 쿼터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증시가 올초 대비 20%가량 하락하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고점 대비 10% 정도 떨어지자 더 이상 신규 쿼터 신청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투자로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JP모간자산운용 등 이미 쿼터를 보유한 금융회사에는 투자자 대상의 마케팅을 사실상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또 지난 7월부터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에도 새로운 쿼터를 배정하지 않고 있다. QDII는 기관투자자로 선정된 중국 내 금융회사가 당국의 승인을 얻어 일정 한도 내에서 펀드를 조성해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중국 개인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는 QDII를 통해서만 가능하다.켄청 홍콩미즈호은행 수석외환전략가는 “해외 금융회사 대상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던 중국 정부가 6개월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 정부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