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공장 스마트化…대기업에 손 벌리는 정부
입력
수정
지면A6
국정감사정부 국정과제인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 개 보급’을 실현하려면 기업들이 400억원 가까운 출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이 국정 목표로 지정되면서 기업들이 눈치 보기식으로 기금 조성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대기업, 5년간 891억원 부담”11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받아 자체 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5년간 스마트공장 건립을 위해 부담해야 할 출연금이 89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전자가 500억원을 내기로 하면서 나머지 대기업들이 391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출연을 통해 조성하는 스마트공장은 모두 4200개다.
정부, 2022년까지 2만곳 구축
민간 출연 30→50%로 높여
삼성 등 대기업 900억 지원해야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 개 보급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공장 확산 및 고도화 전략’을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이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출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기부는 그러나 지난 3월 70%였던 지원 비율을 50%로 낮췄다. 또 이와 별도로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이라는 사업모델을 추가해 대기업 부담을 추가했다. ‘상생형’은 수혜 대상인 중소기업이 사업비의 50%를 내고 대기업과 정부가 각각 25%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5년간 민·관이 투자하기로 한 1조2000억원 가운데 대기업 부담을 새로 끼워넣은 것이다. 정부가 정확한 추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 경우 대기업 부담이 150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게 곽 의원 측 추산이다.정부 관계자는 “민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명분’은 인정하면서도 사전 설명 없이 부담을 늘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개수 채우기식 목표에만 집착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조성하는 기금인 만큼 목표를 채우지 않았다고 해서 강제할 방법은 없다. 중기부 관계자는 “출연금이 걷히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기업에 납부를 강요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곽 의원은 그러나 “삼성전자가 500억원을 내기로 하고 정부가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하면 다른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산업혁신운동을 통해 각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협력사들의 스마트공장을 유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질적 목표가 아니라 개수 채우기식으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정부가 스마트공장의 양적 보급에만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스마트공장 고도화는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에 스마트공장의 고도화 수준을 조사한 결과 76.4%가 가장 낮은 ‘기초 수준’에 집중됐다. 이어 ‘중간1’은 21.5%, ‘중간2’ 수준은 2.1%로 조사됐다. 최고 단계인 고도화 수준 구축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