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늦게 파는 게 형사처벌 받을 죄인가

정부가 어제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한 청약 예정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자 공급 확대에 집착해 1주택자의 ‘갈아타기’를 사실상 봉쇄했기 때문이다. 1주택자가 ‘좁은 문’을 통과해 운 좋게 당첨되더라도 제때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최대 3년 징역에 처해진다. 온라인상에는 “유주택자를 잠재적 투기꾼이자 범죄자로 보는 조치”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청약 시(투기과열지구 기준) 전용 85㎡ 이하(가점제)는 전량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전용 85㎡ 초과(추첨제)도 75%를 무주택자에게 배정하는 것이다. 1주택자는 남은 추첨제 물량(전용 85㎡ 초과분 25%)을 놓고 무주택자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주거복지 차원에서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는 필요하다. 하지만 집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청약통장가입자(2406만 명)의 60%로 추정되는 많은 사람의 당첨 기회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더 큰 논란은 ‘좁은 문’을 뚫고 당첨된 1주택자의 주택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다. 6개월 안에 주택을 팔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최대 3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고의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과태료 처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을 늦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이득 5억원 이하 사기와 성폭력처벌특례법상 불법촬영과 같은 반(反)사회적 범죄와 비슷한 잣대(최대 형량 3년, 벌금액에선 차이)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과잉 처벌’이다. 게다가 서울 주택거래량은 한 달 전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자칫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 질서를 뒤흔들지 않고도 서민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임대주택과 중소형 주택을 늘리는 정공법을 놔두고 중산층이 선호하는 중대형 주택(전용 85㎡ 초과)까지 몰아준다고 해서 서민 주거난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투기를 잡겠다”며 유주택자들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모는 ‘과잉 범죄화’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정부는 시장의 이런 우려를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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